에베레스트로 유명한 네팔이 한국 소프트웨어(SW)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솟아올랐다.
히말라야 산맥으로 인해 도로와 기반 시설은 많은 자본을 들여 힘들게 건설된 수준이며 남부에는 59㎞ 길이 철도가 있을 뿐인 네팔. 전화기도 인구 19명당 한 대 미만으로 보급된 네팔은 지리적 특성에 장기간 내전까지 더해 경제적으로 발전하지 못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IT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네팔에서 IT는 높은 산맥으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지리적인 단점을 극복하고 경제 발전을 가져다줄 도구인 셈이다.
◇네팔 정부의 IT 육성 정책 =네팔 정부는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2000년부터 단계적으로 IT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해 왔다.
지난 2000년 IT 산업을 개발 최우선순위로 선정한 IT 정책 2000을 수립, 2000년부터 향후 5년 동안 보다 나은 생활 표준과 국가경제성장을 위한 토대를 강화하고자 했다. 당시 네팔은 수상을 대표로, 장관들을 구성원으로 하고 국가 IT 정책을 결정하는 국가정보기술개발위원회를 조직할 만큼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불균등한 인구분포와, 남북 간의 고도 차이, 동서로 뻗은 영토 등과 같은 지리적 단점으로 인해서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았지만, 네팔정부는 마을개발위원회에 인터넷 시설을 제공하고 다양한 장소에 IT 파크를 세우는 전략을 통해 IT 인프라를 구축해 갔다.
그로부터 4년 후 네팔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했다. IT를 통한 민주적 규범과 가치의 개발과 경제통합을 계획한 IT 정책 2004가 그것이다. ‘네팔을 2015년까지 지식기반 사회로 전환함으로써 정보와 통신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로 인해 바람직한 정치, 빈곤 타파, 사회경제 개발목표에 도달한다’는 것을 새로운 비전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전자상거래를 위한 법률과 IT 진흥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국내외 투자유치를 위한 환경 조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IT정책 2004에서는 디지털 디바이드 축소에 걸림돌이 되는 네팔의 지리적 단점을 보충하기 위해 VDC 텔레센터 건설과 광대역 통신망 구축 계획을 포함했다. ICT 인프라 확장을 장려하기 위한 전략으로 인터넷서비스제공 시설의 재정적 지원 도입과 소득세 혜택 제공, 만간부문 참여를 통한 IT 파크 확장, 파크에 위치한 기업에 대한 1% 관세 부과 등의 정책을 수립하기도 했으며, 이에 따른 실행이 진행 중이다.
더욱 강력한 실행을 위해 국가정보기술개발위원회를 수상을 의장으로 하는 정보기술 고위위원회(HLCIT)를 조직하고 국왕 직속으로 편성했다.
◇전자정부 로드맵= 정보통신 인프라를 통해 종교와 인종 차이를 초월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양질의 가치가 부가된 서비스 제공과 투명정부를 구현함으로써 사회경제 발전을 실현시킨다는 것을 목표로 네팔은 2011년까지 전자정부 모델로 도약할 수 있는 3단계 전자정부 로드맵을 수립했다.
우선, 1단계는 올해까지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전자정부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실행기구 조직, 법률·제도 도입, ICT 교육, 표준화 등을 실행하는 것이 목표다.
전체 프로젝트 계획에 따라 G2C, G2B, G2G, 인프라 부문의 개별 프로젝트도 단계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G2B 부문에서 전자세관·전자조달·전자상거래 등이 2009년 시작되는 2차 단계에서 실행된다. 2011년까지 진행될 3단계에는 G2G 단계까지 네트워크를 구축해 모든 네팔 정부기관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상호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 또, 이를 통해 네팔 시민은 투명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며, 이를 통해서 지식기반 사회가 구축될 것으로 네팔정부는 전망했다.
◇전자통관시스템 구축 활발=노동인구 81%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네팔은 정치적 사건으로 수출산업이 억눌려 있었지만, 최근 자유무역지대를 선정하는 등 수출을 장려하고 있다. 게다가 실업률이 생산연령 인구의 절반 수준인 터에 많은 네팔 인은 직업을 찾아 인도로 향하고 있다.
네팔인은 인도와 영국군에서 복무하기도 하면서 네팔로 송금하는 돈은 자그마치 연간 10억달러에 달한다. 네팔 정부가 20여개의 전자정부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 전자통관시스템인 이유다. 이 중에서도 네팔은 한국의 전자통관시스템인 유니패스(UNIPASS)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팔정부는 안정적인 전자통관사업을 위해 우선 1차 파일럿시스템을 구축하고 2단계로 이를 확산해갈 계획이다. 우선 파일럿시스템은 비르간즈 지역의 내륙 컨테이너 기지에 구축하기로 했다. 약 550만달러 규모의 1단계 기반구축 사업은 전자통관을 위한 계획서를 수립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것부터 전자통관 시스템의 수입통관·수입화물·징수시스템을 시범적으로 구축이 주요 내용이다.
이후 2단계 고도화 사업은 약 1500만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며, 전체 시스템 확장은 물론이고 인터넷 통관 포털을 구축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문보경기자 okmun@
◆기고-신흥시장 개척, 선점효과 잡아라
소프트웨어(SW) 산업이 대표적인 지식집약산업으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SW 산업의 현주소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또 국내 SW 산업은 내수 시장 중심으로 성장해 해외 수출 비중이 SW 생산액의 5% 안팎의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내수 시장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그간의 해외 수출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SW 부문에서 후발주자인 국내 SW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후발 주자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 경험이 부족한 국내 SW 기업이 성공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신흥 시장을 개척하고, 선진 국가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전자정부 사업, 교통카드시스템 등 타 국가에 비해 한발 앞선 서비스로서 국내에서 검증된 우수한 서비스 모델의 해외진출을 통한 선점효과를 꾀하는 전략이 해외수출 성공의 핵심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성공한 해외수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내 SW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단품 중심의 SW 수출보다는 중소 SW 기업과 대형 IT서비스 기업 간의 상생협력모델이 주효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발전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흥국가에서 우리의 전자정부 사업모델을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신흥국가의 사회·경제적인 발전과 SW 수요변화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는 사전연구를 강화하고 우리의 강점을 결합하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둘째, 국내 SW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해외수출의 주된 아이템이었던 전자정부 사업을 넘어 보다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다.
무선인터넷 솔루션, 보안 솔루션, 임베디드 SW 등과 같이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면서 앞으로 해외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소 SW 기업 간의 협력관계를 넘어, 제조사·부품사와 SW 기업 간의 협력 관계로 확대해 동반 진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나아가 미래 수출을 위한 전략사업을 발굴 시 시장을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처음부터 해외를 타깃으로 한 수출상품 발굴 및 현지화 전략을 세우고 이에 필요한 인력양성과 마케팅전략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정책연구센터 지은희 팀장(ehjee@softwar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