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대형 배전반에서 터져 나온 불꽃이 3층 높이까지 치솟았다. 2초가량 짧은 시간이 흐르자 불꽃은 잦아들었지만 건물 안이 연기로 자욱하다. 멀찍이에서 유리창 너머로 이를 쳐다보던 박종화 LS산전 이사가 배전반 옆 약 30㎝ 거리에 매달아 놓은 종이가 다 타버린 걸 보고 한마디 던졌다. “문제가 좀 있는 제품이구먼.” 지난 25일 오후 네시반께 LS산전 청주 전력기술시험센터 대전력시험실 상황이다.
◇민간기업으론 유일한 설비=LS산전의 전력기술시험센터는 지난 2000년 민간 업계 최초로 약 500억원을 투입해 건립됐다. 대전력시험실, 고전압시험실, 신뢰성시험실, 교정검사실 등을 갖추고 LS산전의 모든 전력기기를 개발 과정에서 시험한다.
전력기술시험센터는 미국 UL, 네덜란드 KEMA, 이탈리아 CESI 등 해외 전기관련 인증기관과도 제휴했기 때문에 전기 관련 중소기업이 국내에서 해당 인증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자랑하는 설비는 초고압 전류를 만들어 전력기기를 인위적으로 고장낼 수 있는 단락발전기다. 국내에서 이런 장비를 갖춘 곳은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전기연구원을 제외하면 LS산전이 유일하다.
◇개발 중인 제품, 가혹하게 시험해=LS산전의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10회 이상 테스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36명의 센터 인원은 바쁘지 않은 날이 없다. 1년 총 시험 건수는 2000회 이상. 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종화 이사는 개발과정에 있는 타 기업 제품도 시험할 수 있는지 묻자 “우리 것 테스트하기도 바쁘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한 건 어느 중동 기업의 배전반 모듈. LS산전이 도입해서 사용해도 괜찮을지 순간적으로 단락, 즉 고장을 일으킬 수 있는 25㎄의 고전류를 1초 동안 흐르게 해 테스트했다. 원래대로라면 배전반만 고장나고 주변으로 피해가 확산되거나 사용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불꽃이 퍼져 나왔기 때문에 실험은 실패다. 이 제품의 도입은 앞으로 실험 조건을 바꿔 몇 차례 더 실험한 후 결정된다.
◇‘안전성 보증하는 무기’=박종화 이사는 “전력기술시험센터가 LS산전의 제품 성능을 보장하는 ‘무기’”라고 설명했다. 제품이 고장날 수 있는 가혹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시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더 안전성과 성능을 보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혹독한 시험과정을 보고 LS산전 제품 구매를 결정한 바이어도 있다는 귀띔이다.
LS산전은 향후 초고압 전력기기 개발을 강화하는만큼 제품 테스트 횟수도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박 이사는 “남이 인증받은 부품을 그대로 가져와서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전력기기 모델을 만든다는 건 솥도 없이 밥을 짓겠다는 것과 같다”며 “개발 제품에 대한 테스트 강도를 지속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최순욱기자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