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OLED 장비, 일본만 있나"

국산장비 외면…기술 의존도 심화 우려

"AM OLED 장비, 일본만 있나"

  삼성SDI가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차세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대규모 추가 양산투자를 밝힌 가운데 핵심 공정장비 공급사로 일본 ‘도키’사를 선정했다. 이로써 도키사는 지난해 삼성SDI의 4세대 AM OLED 1기 라인과 최근 LG디스플레이의 4세대 AM OLED 1기 라인 투자에 이어 지금까지 한국의 AM OLED 발주를 모조리 독식하게 됐다. AM OLED 시장을 놓고 우리나라와 일본이 선점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출발부터 핵심장비에 대한 대일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흘러나왔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대표 김순택)는 내년 상반기까지 총 5518억원을 들여 4세대 AM OLED 3기 라인을 신설키로 한 대규모 투자에서 핵심 전공정장비인 증착기를 일본 도키사에 발주했다. 보통 AM OLED 라인 투자에는 ‘인캡’ 등 후공정 장비를 제외한 전공정 장비들을 증착기 공급사가 나머지 주요 장비를 함께 선정한다. 삼성SDI의 대규모 추가 투자에도 국내 장비업체들은 전면 배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SDI는 이번 투자를 통해 AM OLED 양산 규모를 현재 2인치 기준 월 150만개에서 내년 하반기까지는 월 900만개 수준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삼성·LG 등 패널업체들이 AM OLED 시장 초기부터 핵심 공정 기술의 확보를 도외시한 채 양산경쟁에만 몰두하는 전형적인 행태라고 지적한다. 핵심 장비·부품의 국산화를 외면할 경우 향후 양산경쟁에서 앞서더라도 반도체·LCD처럼 원천기술은 철저히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는 “AM OLED와 같이 시장초기에 있는 장치산업에서는 양산 장비와 부품·소재 기술력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패널업체가 장비·부품 등의 국산화에 신경쓰지 않으면 결국 국내 산업 기반은 싹도 자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AM OLED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강력한 경쟁상대라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크다. 최근 소니·샤프·도시바·마쓰시타 등 유수 기업들은 일본 정부와 연합전선을 구축, 오는 2012년까지 대면적 AM OLED 양산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최종선 홍익대 교수는 “앞으로 일본에서 AM OLED 양산투자에 본격 나설 경우 국내 패널업체들의 양산 노하우가 흘러들어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겠느냐”면서 “일본 장비에 대한 의존도는 나중에 더 큰 영향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일본 업체가 안방을 장악한 사이 국내 장비업체들은 이미 4세대용 AM OLED 증착장비를 개발해 놓고도 팔 곳이 없어 해외로 떠돈다. 두산메카텍이 지난해말 대만 CMEL의 1기 라인 장비를 수주했을 뿐, 대다수 업체들은 경영난마저 겪고 있다. 최근 선익시스템이 유비컴에 인수된 것도 국내 AM OLED 장비업체들의 실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