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심각하다.
기업들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무엇보다 단기간에 경기가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특히 연구개발(R&D)로 똘똘 뭉친 기술 벤처다. 경기 침체는 이들 기업에는 바로 자금난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믿고 있는 것은 ‘아이디어’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과 ‘땀’뿐이기 때문이다. 보수적 상황에서 금융권이 가장 먼저 압박을 가하는 곳이 신용도가 떨어지고 담보력이 취약한 기술 벤처다. 심각한 자금난이 우려되는 기술벤처기업의 실상과 현안 그리고 대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상>경기침체 직격탄 기술벤처
“저희만 그런가요? 요즘 은행에서 대출금을 회수하려고 합니다.”
최근 모 기술 벤처기업 CEO로부터 들은 말이다. 또 다른 벤처기업 재무담당 임원도 “대출 연장 때문에 심사를 받았는데 무척 깐깐했다”면서 “금리를 올리면서도 금액(대출금)은 낮췄다”고 힘들어했다.
하반기 기술벤처의 자금난 우려 목소리가 높다. 우선 확실한 자금줄인 벤처캐피털업체의 투자경색이 심각하다. 자금 회수(Exit)경로인 주식시장이 올해 들어 급락하자 투자에도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전자신문 자체 조사에서 주요 벤처캐피털업체들은 상반기 올 목표치의 20∼30%밖에 집행을 안 했다.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려던 벤처기업들은 결국 은행권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기업의 자체 자금조달 수법인 회사채 발행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코스닥 업체인 모티스가 2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려다 실패했고, 코스모스피엘씨도 20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이 무산됐다. 상반기에만 해인아이앤씨·코아정보시스템 등 10곳의 회사채 발행이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 무산 실적이 없던 것과는 현격한 차이다. 박상곤 현대증권 채권분석팀 수석연구원은 “회사채 인수 주체들이 안전자산 선호가 뚜렷해지면 무보증 회사채의 경우 받아주는 곳이 없다”면서 “재무구조가 부실한 비상장 벤처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꿈도 꿀 수 없다”고 현재의 상황을 진단했다.
그나마 상반기 은행권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투자유치와 회사채 발행 실패를 충분히 흡수할 정도다. 지난해 65조원(순증 기준) 이상을 중소기업 대출에 쏟아부은 시중은행들은 올해 들어 35조원가량을 늘려 지원했다. 김현기 한국은행 통화금융팀 차장은 “은행들의 외형 확장 경쟁이 지속되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문제는 하반기다. 최근 경기가 급격히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은행도 중소기업 대출에 보수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부채질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시장 위험요인에 대한 합동 점검회의’ 직후, “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대출 리스크 관리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지시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메시지 역할은 한다”며 “실제로 이달 들어 대출 증가 추세가 크게 둔화됐다”고 소개했다.
담보력이 취약한 기술 벤처는 금융권 자금회수 1순위다. 정남기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기업은 경기 위축 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경기가 위축될 때 이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경기 상승기에 좋은 기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준배·이경민기자 joon@
벤처캐피털 `외면`, 회사채 발행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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