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이 기존의 구매조직에 ‘개발구매’ 부문을 신설했다.
기획 단계부터 협력사와 장비 개발 방향을 협의함으로써 협력업체로선 납품 가능성을, 삼성전자는 투자의 효율성을 각각 높이려는 시도다. 일방적인 단가 인하 압력에 집중했던 기존 구매조직 운영 관행과 사뭇 다른 행보다.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반도체 산업의 국산화 제고는 물론이고 대·중소기업 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 권오현)은 개발구매 부문을 신설해 상무급 임원과 함께 반도체공정별로 현장에서 8년 이상 된 베테랑급 엔지니어를 뽑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총괄은 이들 전문 인력을 각각 국산화와 기술자문, 설비개발, 유휴설비 활용 분야에 고루 배치함으로써 투자효율을 실질적으로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분야 설비투자 규모는 7조원+α가 될 것이며 국산장비 구매금액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 “개발 기획 단계부터 국내 장비 업체와 맞춤형 협업 개발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조기에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국산화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총괄은 이를 위해 협력사에 대해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로드맵을 공유하고 ‘공동개발프로젝트(JDP)/공동평가프로젝트(JEP)’를 통해 선행 국산화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반도체총괄은 이와 함께 신공정·신기술 분야에 국내 업체를 더 많이 참여시켜 목표수준(선진업체)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적인 협업 관리 책임제도 시행하기로 했다.
권오현 반도체총괄 사장은 취임 이후 구매 라인을 강화해 최근 구매팀 주도로 분과별로 릴레이 간담회를 갖고 있다. 지난주엔 핵심 장비·공정 협력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으며, 29일엔 설비 및 부품 협력사 대표들과 회동했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사장은 “통상적으로 협력사 간담회 자리에서 고객사 원가 절감 계획을 발표해 암묵적인 부담을 줬지만 구매팀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의 현 상황과 차세대를 내다보는 선행개발 분야에 대한 설명과 함께(밖에는 공개할 수 없지만) 협력사에 개별적으로 요청하고 당부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주문정기자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