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차는 BMW, 옆차선에서 나란히 달리는 차는 혼다. 도대체 수입차가 언제 이렇게 많아졌나요?’ 직장인 최명규씨(47)가 요즘 출퇴근하면서 적잖이 보는 현상 중 하나다.
중저가 수입차 공급이 확대되고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수입차 대중화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최씨가 근무하는 서울지역에서 팔리는 차 열 대 중 한 대는 수입차가 차지할 정도다. 최소한 서울에서는 수입차가 더 이상 ‘대단한’ 차가 아니다. 서울지역에서 수입 브랜드는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브랜드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입차의 확대에는 중저가 수입차가 대거 유입된 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올해 들어 고유가 기조에 4000만원대 이하의 중저가 차량이 베스트셀링 모델에 대거 등록됐다.
실제로 올해 들어 3000만∼4000만원대의 중저가 수입차 등록비율이 대폭 증가했다. 이 가격대 차량의 점유율은 지난 2003년 수입차 시장의 10.5%에 불과했지만 점유율은 해마다 증가, 올해 상반기에는 26%로 늘어났다.
반면에 5000만∼7000만원대의 수입차는 2003년 점유율 36.4%에서 올해 상반기 28.7%로 뚝 떨어졌다. 더 비싼 7000만원에서 1억원대의 차량수요도 감소해 올 상반기 점유율은 9.6%에 머물렀다.
수입차 업계가 자신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가격적으로 큰 부담이 없는 수입차를 원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윤대성 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수입차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라는 의식이 사라지면서 메이커들 역시 4000만원대 이하의 중저가 차량 출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고유가 기조로 저렴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찾는 소비자층이 이 같은 중저가 차량수요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판매된 차량 모델은 이 같은 분위기를 더 잘 보여준다.
상반기 2262대를 판매하며 ‘혼다 돌풍’을 몰고 온 ‘어코드 3.5’는 가격이 3940만원대다. 1924대를 판매한 ‘CR-V’ 역시 기본가격이 3490만원이다. 같은 가격의 ‘어코드 2.4’는 847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을 휩쓸었다.
혼다코리아 측은 “고유가, 불경기 등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차보다 가격대비 성능을 고려한 소비자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BMW ‘320i SE’는 올해 상반기 673대를 판매하며 베스트셀링카에 등극했다. 이 차량은 지난해 말에 한국형으로 옵션을 재구성한 데 이어 가격도 4180만원으로 대폭 낮춰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중저가 시장을 파고든 혼다의 선전은 국내 일본차 브랜드의 점유율 판도를 바꿔놓았다. 2006년 30.1%에 불과했던 일본차 점유율은 지난해 33.0%, 올해 상반기에는 34.5%로 높아졌다. 반면에 2006년 58.6%를 기록했던 유럽브랜드는 지난해 55.3%, 올해 상반기에는 54.0%로 떨어졌다.
혼다의 중저가 브랜드 성공전략은 향후 닛산, 미쓰비시, 도요타 등 잇따라 국내에 진출할 중저가 일본 브랜드들의 성공 가능성도 담보하고 있다.
실제로 도요타는 내년 하반기를 겨냥해 ‘캠리’와 ‘프리우스’를 내놓는다. 도요타의 대표 세단 ‘캠리’는 국내에서 3000만원대 중반에 팔릴 전망이다. 미쓰비시는 중형 세단 ‘랜서’와 이를 변형한 스포츠 세단 ‘랜서 에벌류션(란에보)’, 스포츠 쿠페 ‘이클립스’, 중형 SUV ‘아웃랜더’ 등 대중적 모델을 대거 들여올 전망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