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골프를 피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여름에 골프를 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첫째, 습기가 많고, 날씨가 더워서 거리도 줄고 후반전에 들어서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스코어도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5 스트로크 정도 더 치는 것은 한여름 골프의 기본이다.
둘째, 자외선 때문이다. 피부과학자들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얼굴에 생기는 주름은 대부분 자외선 때문이라고 한다. 제 아무리 선블록 크림을 발라도 모든 자외선을 차단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다가 2008년 여름, 미국 FDA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선블록 크림 중 30%가 자외선 차단에 효과가 없는 제품이라고 하니 세월의 흐름을 원망하는 나로서는 여름 골프를 피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각종 행사, 동호회 모임 등 여름 골프를 마냥 피할 수만은 없어서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먼저, 믿을 만한 회사에서 판매하는 선블록 크림을 구입해서 라운딩 시작 전에 양쪽 귀 아래쪽 목 주위를 신경 쓰면서 꼼꼼히 바른 다음 장갑을 끼지 않는 오른손 손등에 선블록 크림을 충분히 발라주는 것이 대비책 중의 하나다.
다음으로는 라운딩 중에 물을 충분히 마셔 후반전에 들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스코어를 망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볼을 때려내는 손맛보다는 거리를 위해서 타이틀리스 프로 브이원, 나이키 블랙 원 같은 쓰리 피스 볼을 포기하고 국산 투 피스 볼로 바꾼다. 이렇게만 해도 드라이버 거리가 15야드는 더 날아간다. 투 피스 볼은 퍼팅을 할 때도 더 많이 굴러가기 때문에(10m 퍼팅에서 30cm 더 굴러간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한여름의 제대로 깎지 못해 느려터진 그린에서 짧은 퍼트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 주말,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골프 코스에서 골프를 무척 좋아하는 대학 동창들과 라운딩이 있었다. 그 친구들의 스코어는 싱글인데 선블록 크림을 고르고, 바르는 솜씨는 초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캐디는 나를 보고 “동창이 아니라 막내 동생 같다”는 코멘트를 날려 다른 친구들을 시무룩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묵현상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