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맛있는 영화]월·E

[한정훈의 맛있는 영화]월·E

 ‘지구 최고의 로봇 월·E와 함께 떠나는 어드벤처’

 텅 빈 지구에 홀로 남아 수백년이란 시간을 외롭게 일만 하며 보내던 월·E(WALL·E: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지구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 그런 그가 매력적인 탐사 로봇 ‘이브’와 마주친 순간, 잡동사니 수집만이 낙이던 인생에도 소중한 목표가 생긴다. 이브는 지구의 미래를 결정할 열쇠가 우연히 월·E의 손에 들어간 사실을 알게 되고 고향별로 돌아갈 날만 애타게 기다리는 인간들에게 이를 보고하기 위해 서둘러 우주로 향한다. 한편, 월·E는 이브를 뒤쫓아 은하를 가로지르며 스크린 사상 가장 짜릿한 상상이 넘치는 어드벤처를 보여준다.

 월·E는 이런 매력을 가진 영화다. ‘니모를 찾아서’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감독 겸 각본가 앤드루 스탠턴과 ‘인크레더블’ ‘카’ ‘라따뚜이’를 탄생시킨 픽사 애니메이션이 다시 뭉쳐 만들어낸 작품이다. 오는 6일 학생 방학을 맞아 개봉되는 이 영화의 매력은 놀라운 영상과 다양한 캐릭터에 있다.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우주에서 펼쳐지는 월·E의 모험과 애완용 바퀴벌레, 용맹스럽지만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사회 부적응 로봇 군단 등 실제로 인간 세계에 존재할 법한 다양한 로봇이 영화에 등장한다.

 디즈니-픽사의 신작인 월·E는 ‘만약 인류가 지구를 떠나면서 최후에 남은 로봇을 끄는 걸 깜박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홀로 남겨진 로봇은 고민한다. 내가 인간 없이 살 수 있을까. 픽사는 이의 해답을 기본 업무에서의 일탈과 인간적인 감성을 가진 로봇의 재탄생으로 설명한다. 수백년간을 지구 청소라는 임무에만 충실하던 월·E는 이브(EVE)라는 미모의 식물 탐사 로봇을 만나면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새로이 발견하게 된다. 월·E는 이때부터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인간의 의해 탄생됐지만 오히려 인간 없는 지구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후 월·E는 이브를 따라 은하계를 여행하며 스크린을 통해 지금껏 맛보지 못한 짜릿하고 흥미진진한 환상의 모험을 체험하게 된다.

 이런 주제와 함께 월·E가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감동은 바로 화려한 영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에 참여한 제작진은 애니메이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한 베테랑들이다. 인디아나 존스에 참여했던 사운드 디자이너 벤 버트 등 실사 영화에서 이름깨나 날렸던 대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영상과 음악은 이번 여름 당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마치 인간과 같은 로봇 캐릭터들의 음성과 우주선 소리, 주변의 환경 소음까지 우리 일상사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모든 환경이 월·E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한번의 도약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웥·E에 담긴 로봇만의 독특한 레퍼터리다. 이를 위한 픽사의 노력은 스토리 개발 팀장 짐 리어든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우린 인간을 닮은 외모를 갖고 인간처럼 말을 하는 로봇을 그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원한 건 전혀 인간과 소통될 것 같지 않은 로봇이 따뜻한 생명을 가진 생명체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대전제 아래 픽사의 재주꾼들은 월·E만의 특색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월·E에 등장하는 로봇들의 동작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캐릭터의 리얼리티는 차고 넘친다. 로봇 디자인의 완벽성을 확인하고 싶다면 오는 6일 극장을 찾기 바란다.

한정훈기자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