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높일 수 있는 항공기 시뮬레이터에 국산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초음속고등훈련기(T-50)·다목적 헬기(UH-60, 블랙호크)·대잠초계기(P3C)·대잠 작전헬기(LYNX)·한국형 다목적 헬기(KMH) 등의 최첨단 비행 훈련장비인 시뮬레이터가 실전 배치되거나 개발, 우리 방산 기술로 전력화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등으로부터 수입 시 대당 400억원대를 지급해야 하는 시뮬레이터를 국산화하면서 군 전투력 향상과 방위비 절감은 물론이고 해외 진출의 길도 열렸다.
◇해외 구매에서 국내 조달로 획득 체계 전환=도담시스템스는 최근 미국 시코르스키항공의 다목적 헬기 ‘UH-60’ 시뮬레이터 개발에 성공, 지난 29일 충북 음성에 있는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OO기지에 시뮬레이터 1대를 설치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충남 연기군 OO기지에 1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문영남 도담시스템스 상무는 “UH-60 시뮬레이터에 대해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후 약 4개월에 걸쳐 군 기지에 설치했다”면서 “국산화 덕분에 우리 군은 해외 도입가 대비 2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담시스템스는 지난 3년 5개월 동안 약 300억원의 개발 자금을 자체 투입, UH-60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 한국우주산업(KAI)은 이에 앞서 초음속고등훈련기 ‘T-50’을 개발해 도담시스템스와 협력, 2005년 3분기 전남 광주 OO기지에 시뮬레이터를 설치, 운영 중이다.
UH-60 헬기 시뮬레이터 독자 개발을 계기로 우리나라 방위 산업계는 고정익 항공기(T-50)와 회전익 항공기(UH-60)에 대한 최상급 시뮬레이터 기술력을 자체 확보했다. 항공 분야 방산기술 능력을 한 차원 높이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해군 주력 헬기인 대잠 작전헬기 ‘LYNX’ 시뮬레이터 개발도 진행된다. 도담시스템은 9월 말 개발에 착수해 2011년 상반기 ‘LYNX’ 시뮬레이터 전력화를 완성할 계획이다. 작전 반경이 600㎞로 장시간 임무 수행이 가능해 일명 잠수함 잡는 킬러로 불리는 해군의 대잠초계기(P3C) 시뮬레이터 개발도 진행해 2010년께 전력화할 계획이다. 한국형 다목적헬기(KMH) 시뮬레이터 개발도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 기술로 조종사 능력 배양= 시뮬레이터로 조종사는 기총사격을 하고, 레이더를 가동하며 미사일을 쏘고 폭탄을 투하하는 연습을 한다. 폭탄을 투하하면 항공기가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실제 비행 조종 상황을 구현한다. 그래서 조종사가 시뮬레이터를 조종하면 비행 시간으로 인정해준다. 따라서 항공기 시뮬레이터는 전기·전자·기계·영상기술·음향기술·모션큐잉기술·소프트웨어·체계통합(SI) 등 최첨단 기술을 포괄하는 종합시스템 산업으로 지목됐다.
UH-60 시뮬레이터는 미국 연방항공청이 제시한 세계 표준규격인 FAA AC 120-63 레벨 D 등급을 충족하는 세계 최상급 시뮬레이터다. 일부 선진국만 개발 능력이 있을 정도로 기술 난도가 높다. 그동안 국내 시뮬레이터 기술은 조종석 절차 훈련장비(CPT)와 같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고, 우리 군은 레벨 D등급에 해당하는 최상급 시뮬레이터를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했다.
도담시스템스가 최상급 시뮬레이터 국산화에 성공, 군의 시뮬레이터 획득방법을 해외 직구매에서 국내 조달로 전환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내 방산기술을 세계적 수준에 진입시켰다. 특히 UH-60 시뮬레이터는 UH-60 헬리콥터의 공력특성(aerodynamic)을 그대로 적용, 실제 항공기와 동일한 수준의 조종 성능과 정밀한 비행 역학을 구현했다.
도담시스템스 관계자는 “UH-60 시뮬레이터는 세계 최첨단 영상시스템과 구동시스템을 적용, 지금까지 운용 중인 유사 시뮬레이터와 성능 면에서 확실히 차별된다”며 “세계 최고 성능의 시뮬레이터를 우리 군이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