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 극과 극을 달리는 인도의 빈부격차

아시아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인도는 부자도 많지만 절대빈곤층이 더 많아 국가적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인도는 부자도 많지만 절대빈곤층이 더 많아 국가적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포브스가 발표한 억만장자 순위를 보면 상위 10명 중 4명이 인도 사람이다.

세계 제1의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의 락시미 미탈 회장이 4위, 왕자의 난 결과 2개의 그룹으로 분리된 릴리언스의 무케시 암바니(형)가 5위, 아닐 암바니(동생)가 6위를 각각 차지했고 부동산개발 광풍을 타고 빠르게 성장한 대표적 개발기업 DLF의 KP 싱 회장이 8위를 차지했다.

인도는 총 53명의 빌리어네어(자산 10억달러 이상)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국가다. 이 중 무케시 회장은 인도 주식이 한창일 때 세계 최고부자에 잠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인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정몽구 회장은 412위다.

 인도에는 10만명 정도의 밀리어네어(자산 100만달러 이상)가 살고 있으며, 그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인도의 급격한 경제성장 또 그로 인한 부동산가치의 급상승은 인도 부자들의 재산을 더욱 불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우수대학을 졸업한 수재들은 연봉 3만∼4만달러(약 3030만∼4040만원)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고, 엔지니어 등 전문기술을 익힌 인력들은 대기업에 취업하면서 몸값을 올려나간다. 실제로 유수의 대학인 IIM-콜카타(IIM-C)의 MBA과정 졸업생 평균연봉은 142만루피(약 3396만원)이며, 올해 평균임금상승률은 15.2%에 이른다. 이처럼 미래에 낙관적인 신흥부유층은 소비에서도 과감하며 대도시의 주요 백화점에서는 명품 핸드백과 보석으로 치장한 우아한 여성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도에는 부자가 많지만 실제로는 빈자가 훨씬 더 많다. 인도의 빈곤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 전 국민의 25%가 하루 25센트 이하의 벌이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층이다. 이들 중 75%가 농촌에 거주하는 영세농 혹은 소작농이다. 노동자의 대부분은 정식 고용형태가 아니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양능력을 상실한 자녀들이 나이 많은 부모를 유기하는 현상까지 발생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농촌의 빈곤문제는 농민들의 자살로 이어진다. 농민부채 등의 이유로 30분에 한 명꼴로 농민 자살이 일어나는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

 상위 10%가 전체 부의 33%를 차지하는 인도의 빈부격차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극심한 격차는 인도 경제의 약점임이 분명하다.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교육기회의 불평등과 카스트제도 그리고 기득권계층의 횡포 등의 이유로 압축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문제가 교육불평등이다. 정부가 발표한 인도의 문자해독률은 65.4%다. 최근 한 언론사의 농촌지역 실질조사에 따르면 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제대로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인구가 26%, 더듬더듬 글자를 읽는 초기수준의 문자해독 가능 인구가 27%다. 이처럼 교육의 기회가 인도 대중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못함에 따라 인도의 풍부한 인적자원이 숙련인력 및 고급인력으로 양성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정부당국 및 정치인들은 최근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러 빈민구제 대책을 내놨다. 2헥타르 이하의 농지를 경작하는 영세 농민들에게 국영은행이나 그 협력기관에서 받은 대출 전액을 탕감해 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6000억루피(약 14조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또 대학 입학정원의 27%를 하위카스트(OBC)에게 할당하는 정책이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되기도 했다. 불가촉천민(인도의 최하층의 신분)과 부락민에게 이미 정원에 22.5%가 할당돼 있음을 감안하면 전체 정원의 49.5%가 하위카스트 및 불가촉천민에게 할당되는 것이다.

 하지만 농민부채탕감은 장기적 실효성 측면에서 총선용 인기정책에 불과하다는 많은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대학 입학정원 할당 역시 경쟁력 약화라는 우려섞인 비판이 많다. 인도의 빈부격차는 우리 기업의 인도 진출에 부정적인 요소임이 분명하다. 또 인도 정부가 빈부격차와 관련된 많은 정책(예를 들면 하위카스트 고용할당제)을 계속 시도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특히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 시에는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연관되고 특히 부지 선정과 관련해 주민들의 갈등관계 형성 시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여론에 민감한 인도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여론의 추이에 따라 합의사항의 이행을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뉴델리(인도)=박민준 KOTRA 뉴델리 무역관 과장

minjoon@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