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생이 가장 희망하는 제2 외국어는 한국어, 대학생이 유학가기를 희망하는 1위 국가 한국, 2006년부터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벤치마킹한 입시제도를 시행하는 나라. 바로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사는 몽골의 얘기다.
한국인이 과거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었던 것처럼 몽골에는 지금 ‘코리아드림’을 외치는 젊은이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몽골 대륙을 사로잡은 ‘한국’ 열풍의 배경에는 바로 한국의 선진 IT를 기반으로 한 교육정보화 교류 노력이 큰 몫을 담당했다. 몽골에서는 지금 한국의 교육제도를 벤치마킹한 교육 개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몽골 교육정보화 이제 걸음마=몽골 대륙의 면적은 남북한을 합친 것의 7.4배다. 그만큼 광활한 대륙을 커버하는 정보통신 인프라가 취약하고 교육 정보화 환경도 아직까지 열악한 실정이다.
2007년 말 기준으로 몽골의 754개 초·중등학교 중 702개의 학교가 8059대의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어 여전히 52개의 학교에는 컴퓨터가 한 대도 없다. 컴퓨터 한 대당 학생 수도 무려 66명이다. 또 인터넷망이 204개 학교에 구축됐으나 128Kbps 속도로, 사용하기가 실질적으로 어려울 뿐더러 끊김 현상도 빈번히 발생한다.
다행히 한국과 몽골 정부가 지난 2002년 체결한 교육협력협정을 계기로 몽골 교육 현장에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몽골 교육문화과학부는 세계 최고의 ICT 교육 선진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 교육 제도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교육 개혁에 착수했다.
◇ICT코리아, 몽골 대륙 상륙=몽골에 ‘정보통신기술(ICT)코리아’의 위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한·몽골 간 제2차 교육협력협정 이후 실질적인 교육 협력이 추진되면서부터다.
울란바토르를 포함한 몽골 전역의 학교에서 한국의 컴퓨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몽골의 초·중·고등학교에서 보유하고 있는 총 8059대의 PC 중 한국이 지원한 PC는 총 4450대로 전체 PC의 55%에 달한다.
한국에서 교육정보화 연수를 받은 몽골의 교사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들 몽골 교사들은 한국의 IT를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까지 한다.
지난 2002년부터 대전교육청은 몽골 교사를 초청해 연수를 실시 중이다. 몽골의 교육정보화를 최일선에서 책임지는 담당 교사들의 연수를 한국이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 정비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 파견한 컴퓨터 정비 전문가들이 몽골의 19개 지방을 순회하면서 지난해 약 2000대의 PC를 수리했다.
◇교수학습센터, ICT 교육의 중심=지난해 12월, 몽골 국립과학기술대학교에서는 매우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바로 몽골 최초로 최첨단 ICT 기자재를 도입한 ICT교수학습센터가 설립,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이 센터는 한국의 ICT 교육을 몽골의 교수와 교사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체험의 장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이곳에는 차세대 전자칠판, 학생 제어용 소프트웨어, 최신형 컴퓨터 등이 설치됐다. 특히 이 센터에서 선보인 전자칠판과 교육용 소프트웨어가 현지 교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한국의 e러닝 솔루션 기업들에 수출 교두보도 마련해줬다.
이처럼 ICT 교류로 출발한 몽골의 한국 열풍은 교육 현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모델로 2006년부터 실시한 ‘몽골식 수능’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의 6세 아동들의 교육환경을 벤치마킹해 취학연령을 종전의 7세에서 6세로 조정, 오는 9월 시행하는 몽골의 12학년제 학제, 대학평가 정책, 특수교육정책, 유아교육정책 등 한국교육제도를 본떠 몽골의 전반적인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몽골 교육문화과학부 벌러르마 장관은 “몽골 교육개혁을 위해 아시아 여러 나라의 교육제도를 검토했는데 한국이 가장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몽골 대륙에 부는 한국 열풍=‘스터디 코리아’ 정책에 힘입어 몽골에서는 한국 유학에 대한 열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어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한국어가 러시아어를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제2 외국어로 부상했으며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10개 학교에서 1500여명에 달한다.
대학교에서도 한국어의 인기는 대단하다. 22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개설돼 2000여명이 한국어 또는 한국학을 전공한다. 교양과목으로 수강하는 학생까지 포함하면 3000명이 넘는다. 몽골 어느 곳을 가든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몽골 사람이 있고 가구당 1명 정도는 한국에 갔다 온 경험이 있을 정도다.
한국으로 유학가는 몽골 유학생도 올 연말이면 20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몽골 출신 유학생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나라도 바로 한국이다. 교육을 매개로 시작된 몽골의 ‘한국 사랑’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감이 날로 커지는 시점이다.
울란바토르(몽골)=손윤선 몽골 교육문화과학부 정책자문관 yssohn@me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