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기관은 필요없습니다.”
지난 1일 취임한 박봉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공공기관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이렇게 잘라 말했다. 공단의 역할을 시장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다. 고객인 기업들로부터 아주 우수한 평가를 못 받으면 공공기관으로써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봉규 이사장은 “전국 각지에 있는 기업들로부터 훌륭한 조직으로 평가받지 못하면 설 땅이 없다는 기본 정신을 갖고 공단을 재정립해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만 해도 60∼70년대에는 여공 중심의 전통산업이 이끌어왔습니다. 지금은 산업 전반이 전통에서 첨단으로 바뀌었습니다. 산단공이 이 같은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최근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나 기업, 일반사회의 요구가 다양하고 그때 그때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를 사전에 파악해서 능동적으로 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 손에 의해 (산단공의 운명이) 좌우되는 불행한 일을 겪게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산업단지의 기능도 변했고 국민(기업)의 요구도 다양화해졌습니다. 이제 공단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발빠르게 변화해야 합니다. 임대업자와 비슷하게 하는 조직으론 안 됩니다.”
박 이사장은 “과거엔 관리비를 받았지만 지금 받지 않는다”면서 “기업 입장에서 좋은 서비스를 돈 주고 받을 마음이 생기도록 서비스의 질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이긴 하지만 공공성과 수익성을 조화시켜서 기업이나 다른 고객기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기관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다.
공단 조직에도 변화를 줄 것임을 내비쳤다. 박 이사장은 “아이디어는 현장체험에서 나오지 책상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며 “현장 중심의 조직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을’의 입장에 있는 기업을 위한 기관인데 공무원보다 더 ‘갑’의 위치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여선 공단에 마이너스가 된다”며 “지금보다 더 많은 열정을 갖고 발품을 많이 팔아 기업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하며, 그것이 조직이 사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사람이란 게 대단히 이기적 동물이라 자기 이해에 반하는 것은 아무리 명분이 좋더라도 안 하려 한다”며 “직원들이 각자의 업무에 대해 만족하고 공단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조직도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문정기자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