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 업계가 당장 돈이 되는 LED 조명기구에만 눈을 돌리는 사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소자 시장의 강력한 경쟁 상대인 대만은 LED 원천기술 확보와 칩 제조 설비 투자에 적극적이다. 미래 LED 시장이 활짝 열릴 때 기초 기술력은 물론이고 양산 경쟁력도 뒤처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업계의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만 LED 업체들은 칩 원천특허 확보 및 생산설비 투자에 열심이다. 특히 LED 칩 제조 핵심공정 장비인 유기금속화학기상증착기(MOCVD)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 들어 대만 CMO 한 회사만 총 150대의 MOCVD를 도입하는 것을 비롯, 다른 대만업체들도 다량의 MOCVD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OCVD 대수는 LED 칩 생산 능력과 직결된다. 이는 곧 원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향후 LED 칩 시장에서 대만 업체들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1분기부터 대만 업체들의 설비투자 열기가 뜨겁다”며 “이미 내년까지 라인 보강 계획을 세울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에 우리 LED 업체들의 설비 투자는 여전히 거북이 걸음이다. 지난 1996년 이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팔린 MOCVD를 다 합쳐도 채 150대가 안 된다. 대만 CMO가 올해 사들이기로 한 규모에 불과한 셈이다. 그나마 연구개발(R&D)용 장비와 노후장비가 많다. 실제로 생산에 사용하는 양은 이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최근 세계 세계 LED 시장에서 대만 업체들의 입지는 점점 넓어지는 반면에 우리나라 업체들은 제자리걸음이다. 대만 업체들은 세계 LED 칩·패키징 시장 점유율을 지난 2003년 17%에서 2006년 19%까지 높였다. 우리 업체들의 점유율은 이제 갓 10%를 넘어선 정도다. 특히 대만 업체들은 가장 큰 소비시장인 중국과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깝고, 최근 해외 특허 보유 업체들과 적극적인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동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 업체들이 일본 등 선진 업체에 비해 칩 기술력에서 열세고, 원가 경쟁력은 대만에 뒤지면서 이른바 ‘넛 크래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벗어나기 위한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들의 처지에선 대당 20억원 안팎인 MOCVD 가격을 감당하기 어렵다. 대기업들은 투자여력이 있지만 외국 업체의 특허공세 등을 이유로 라인 보강에 소극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단 특허문제를 해결해야 대기업부터 투자에 나설 수 있다”며 “하루빨리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와 적극적인 특허공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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