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D 유리기판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삼성코닝정밀유리가 지난 상반기 이익률 50%대에 거의 1조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원천 기술을 합작 파트너인 미국 코닝에 철저히 의존하는 탓에 막대한 특허사용료는 물론이고 지분법 평가이익도 지급하고 있다.
3일 미국 코닝 본사의 발표에 따르면 삼성코닝정밀유리(대표 이석재)는 지난 상반기 매출액 18억1500만달러, 매출 총이익 12억5100만달러, 당기순익 9억54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당기 순익은 1조원 가까우며, 매출액은 2조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과 당기순익에 맞먹는 실적을 불과 상반기에 이뤄냈다. 지난 2분기만 봐도 삼성코닝정밀유리는 9억6000만달러의 매출액에 5억500만달러의 당기순익을 벌어들였다. 지난 2분기나 상반기 전체를 따져도 50%를 훌쩍 뛰어넘는 이익률이다.
삼성코닝정밀유리의 이익규모와 이익률은 세계 LCD 부품 시장에서 전무후무한 사례인데다 그룹 내 계열사 가운데서도 독보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력이 불과 1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상반기 매출액은 종합부품 회사인 삼성전기와 맞먹고, 순익은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무엇보다 대다수 부품·소재 협력사들이 원자재가 상승과 판가 인하 압력에 시달려 이익 내기에 급급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번 돈이 로열티 등으로 빠져나간다. 원천기술을 코닝으로부터 들여온 탓에 삼성코닝정밀유리의 로열티 지급액도 막대하다. 지난 상반기 삼성코닝정밀유리는 특허사용료로만 코닝 본사에 9300만달러를 지급했다. 코닝 본사의 ‘기타 수입’ 항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엄청난 순익 규모 덕분에 코닝이 지분법 평가이익으로 가져가는 금액 4억6200만달러를 합치면 무려 5억5500만달러에 이른다. 지난 상반기 코닝의 디스플레이 사업 전체에서 벌어들인 당기순익 13억6400만달러 가운데 40%가 넘는 비중이다. 코닝으로선 삼성코닝정밀유리가 효자일 수밖에 없다.
삼성코닝정밀유리의 고공 행진은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LCD 패널 사업에 힘입어 동반 성장한 결과다. 삼성코닝정밀유리가 국내 LCD 유리기판 시장을 독식하다 보니 삼성전자로서도 나머지 부품 협력사들처럼 판가 인하를 유도할 수도 없다.
디스플레이 원천 소재 기술 전문가인 모 대학 교수는 “삼성코닝정밀유리가 수입한 미국 코닝의 LCD 유리기판 기술이 워낙 독보적”이라며 “여기에다 세계 최대 양산능력을 보유한 삼성·LG에 대부분을 공급하니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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