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주도하는 청소로봇 시장에서 후발 대기업이 약진했다.
3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청소로봇 내수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하우젠 청소로봇이 미국 아이로봇의 룸바에 이어 판매량 2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내장형 카메라로 실내 위치를 인식하는 신형 로봇청소기(모델명 VC-RE70V)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삼성측의 별 다른 광고지원 없이도 출시 3개월만에 3000대가 팔려나가 전년 상반기보다 로봇판매량을 5배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유진로봇의 아이클레보는 2500대 남짓한 판매실적을 거둬 3위로 밀려났다. 삼성전자가 청소로봇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을 모두 제친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새로 출시한 청소 로봇이 좋은 평가를 받은 데다 기왕이면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 취향 덕분에 점유율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삼성의 약진에 자극받은 LG전자(대표 남용)도 자율항법기능을 강화한 신형 청소로봇을 이르면 이달 중 선보인다. LG전자는 그동안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청소로봇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나 하반기에는 자존심을 걸고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대우일렉(대표 이승창)도 지난달부터 신세대를 겨냥해 진공 흡입력을 높인 로봇 청소기 ‘베로(모델 RCR-1004SZ)’로 인기몰이에 나섰다. 웅진코웨이(대표 홍준기)는 오는 9월말 자율항법기능을 갖춘 고급형 청소로봇을 시판한다. 회사측은 정수기사업을 통해 구축한 유통조직을 십분 활용해서 청소로봇의 임대와 판매를 병행할 계획이다. 대기업의 활발한 움직임과 달리 올들어 청소로봇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의 입지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광고마케팅과 유통망 등 대형 가전사와 경쟁에서 아무래도 밀리기 때문이다. 유진로봇, 에이스로봇 등 중소업체들은 대기업과 정면승부하기보다 OEM납품과 해외수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신경철 유진로봇 사장은 “올들어 청소로봇 내수시장보다 해외수출에 더 힘을 쏟고 있다. 청소로봇 수요가 막 시작한 중동, 동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해서 매출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