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기업 기관장 첫 과제, 출근저지 `벽 넘기`

금융 공기업 기관장 첫 과제, 출근저지 `벽 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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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증권예탁결제원 노조는 현재 10여일째 천막농성 중이다. 사실상 확정된 이수화 사장에 대해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 이 내정자는 임명장도 받기 전에 노조의 벽을 뛰어넘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내정자 외에도 새 정부 들어 금융 공기업 물갈이 과정에서 기관장 상당수가 노조와의 갈등으로 임명장 수령일과 취임식 사이에 적지 않은 시간적 차이를 두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된 기관장은 진동수 수출입은행장. 진 행장은 지난달 18일 임명됐으나 취임식은 24일이었다. 취임식 당일 오후 급박하게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진 행장은 “30여년 공직에만 있다 보니 노사문화에 익숙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취임 기자간담회를 외부에서 개최하는 등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틀 만에 입성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낙하산’ 그리고 ‘함량미달’이라는 지적을 받던 민 행장은 취임식에서 노조위원장과 손을 잡고 단합을 강조했다.

 내정된 이수화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그리고 최종 검토단계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예결원 노조는 이 내정자가 주택금융공사 사장 공모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기보 경우는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적절한 인사가 아닐 경우 노조 측은 적극 대응하겠다는 반응이다. 윤형근 기보 노조위원장은 “누가 임명되는지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며 “통합이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서 구체적 비전이 있지 않다면 출근저지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노조가 취임식에서 ‘축사’를 하는 등 유례없는 환대를 받았다. 신보에 따르면 노조가 취임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 것은 1976년 기관 설립 후 처음이다.

 한편, 노조 측은 이 같은 신임 기관장 대응에 대해 노조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관과 한국경제를 위한 것임을 강조한다. 이지언 수출입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선임 과정에서 행장 후보들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으나 유일하게 답변을 하지 않는 등 노조를 무시하는 처사를 보였다”면서 투쟁을 중단한 것에 대해 “사실상 행장 공석으로 5∼6개월 보내면서 현안이 너무 많다는 판단 속에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윤형근 기보 위원장도 “기술보증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와야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분명 한국경제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