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부럽지 않은 여풍 `전자전문점` 흔들다

 전자전문점에 ‘여풍’이 거세다.

 거칠고 드센 유통 시장에도 고객 응대나 관리 면에서 섬세한 여성 관리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전자전문점들이 모여있는 격전지에 베테랑급 남성 점장을 임명한다는 관행을 깨고 여성 점장이 야전사령관 자리를 꿰차면서 여장부의 능력을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그 주인공들은 제주 하이프라자 이도점의 강윤희 점장과 부산 하이프라자 초량점 김영배 점장, 은평 하이마트 최신기 지점장과 제주 리빙프라자 삼도점 양영심 점장이다.

 ◇섬세함과 친화력으로=하이마트 은평지점은 전국 상권 중에서도 손꼽히는 가전유통 격전지다. 주변에 이마트 본점과 전자랜드·리빙프라자·하이프라자 등 모두 5개의 유통점이 100m 이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걸어서 1∼2분 거리에 있다 보니 어느 지역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부산 하이프라자 초량점도 하이마트와 리빙프라자가 도보로 9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최대의 유통 전쟁터로 알려져 있다.

 그 격전장 중심에 최신기·김영배 점장이 서 있다. 이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친화력으로 전국의 직영점 가운데 매출 두 자리 수에 들어가는 중형 매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입사 15년차인 최 점장은 하이마트 입사 이래 상품부서에서 구매자로 경력을 쌓았고 지난해 4월 은평지점장으로 부임했다.

 “우리 직원들은 저를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겁니다. 다만 취향과 성향이 다르니 다른 지점과 업무 방향이 다를 수 있겠지만 그건 개인의 차이지 여성·남성의 차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최 점장은 10년간 가전제품 구매를 담당하면서 단골 고객을 많이 만들었다. 지금도 그 고객들이 멀리서 찾아오기도 한다.

 ◇“많이 팝저” “쉬영갑서”=제주도에 위치한 하이프라자 이도점과 리빙프라자 삼도점의 관계는 특별하다. 여성 점장이라는 것도 있지만 섬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서로 돕고 아끼는 상생경영 분위기다. 특히 이도점 강윤희 점장과 삼도점 양영심 점장은 나이도 비슷해 친구처럼 지낸다.

 제주도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기 때문에 지역 고객의 구매 경향을 서로 공유하기도 하고 판매, 행사 내용 등을 상의하기도 한다. 특히 고객이 찾는 제품이 없으면 경쟁사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점포를 소개해 주기도 한다.

 하이프라자 이도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찾아오는 손님들을 단골로 만드는 강 지점장 특유의 친화력으로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평균 10% 이상 신장했다. 강 지점장은 “힘으로 쓰는 것은 힘들지만 고객이 제품 상담을 받을 때 편안하게 생각한다”며 “지난해 1월 지점장 부임하기 전에 선임사원으로 오래 근무해서 인지 직원들과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는 게 매출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영심 지점장은 제주도 연동점 경리사원으로 근무하다가 2006년 3월에 점장으로 부임했다. 직원들은 점장이라는 직급보다 ‘언니, 누나’의 호칭을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럽다. 양 지점장은 “유통업은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친절도 함께 파는 서비스업”이라며 “고객을 응대할 때 섬세하고 세밀하게 제품을 설명해 주면서 단골 고객도 100명 이상을 훌쩍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