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달러화 매도에 나선 여파가 외환보유액 감소폭 최대라는 직격탄이 됐다. 금융위기가 가중되고 있는만큼 달러 외환보유고를 시장에 푸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08년 7월 말 외환보유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전월 대비 105억8000만달러가 줄어든 2475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 중 감소폭으로는 최대 규모다. 종전까지 월 중으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던 때는 외환위기 당시였던 97년 11월(61억달러 감소)이었다. 또 외환보유액이 2500억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4월(2472억5966만달러) 이후 15개월 만이다. 외환보유액은 올 상반기에 41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올해 3월 18억8000만달러 증가에서 4월 37억6000만달러 감소로 전환한 뒤 5월(-22억8000만달러)과 6월(-1억달러)에 이어 7월에도 감소해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한은은 환율의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시장안정화 조치로 달러를 풀었던데다 유로화와 엔화 등 기타 통화의 절하에 따른 미 달러화 환산액이 감소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외환시장의 불균형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뒤 공격적인 시장개입에 나섰다. 이들 외환당국이 8일에 20억달러, 9일에 50억달러 안팎의 달러 매도물량을 각각 쏟아내는 등 한 달간 약 200억달러의 보유 외환을 사용한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한은은 외환시장의 심리적인 쏠림현상이 진정됐고 외환 운용수익도 매달 발생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은 다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부도 현재 외환보유액 규모는 충분한 수준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에 비해 상환 지표나 유동성 지표는 양호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자금 회수로 ‘9월 위기설’까지 나와 외환보유고에 보수적 방침을 견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석원 현대경제연구원 금융경제실장은 “지난달 시장개입은 어느 정도 필요성이 있었고 투입 비용에 비해 효과도 있었다”며 “다만 추세적으로 외환보유액이 줄거나 단기외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외환보유액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 안정도 중요하지만 대외신인도를 고려해 외환보유액을 과도하게 써가면서 환율을 끌어내리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6위 수준을 유지했다. 6월 말 기준 주요국의 외환보유액은 △중국 1조8088억달러 △일본 1조15억달러 △러시아 5683억달러 △인도 3118억달러 △대만 2914억달러 △브라질 1979억달러 △싱가포르 1758억달러 등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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