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주도업종 이었던 IT의 실적 전망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하반기 국내 증시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대형 IT종목들의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게 나타나면서 증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대표 IT기업인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예상치에 못 미치는 1조8900억원에 그쳤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올 하반기 3, 4분기 실적 전망치도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IT종목은 상반기 증시 상승세를 견인해 왔지만 동시에 최근 두 달간 주가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는 외국인들이 IT종목 위주로 매도세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일부터 8월 1일까지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9조800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았다. 그 중 3조1000억원 규모가 바로 IT종목 이었다. IT업종의 국내 증시 시총비중은 17.7%에 불과하지만, 외국인 총 매도 규모의 31.6%가 IT종목에 집중된 것이다.
지난달 초만해도 외국인들의 매도로 가격 부담이 낮아진 IT종목에 대한 수급 기대감이 컸었다. IT종목의 가격 메리트가 높아졌고, 수출 모멘텀이 나름 견조한 만큼 증시 자금 유인으로 작용한다고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IT업종에 대한 실적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어 이런 기대감이 많이 수그러든 상태다. 오히려 기대감이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들의 3분기 실적 모멘텀이 1개월 전보다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초만해도 3분기 순이익 증가율 추정치는 26.7%였지만 현재는 14.1%로 급격히 낮아졌다. 한달 사이 9%포인트 내린 것이다.
올해 실적 전망 하향의 주 원인은 IT섹터의 급격한 하향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IT섹터 2008년 실적 전망은 지난 7월 초에 비해 매출액 2.81%, 영업이익 16.72%, 순이익 17.33%로 하향조정됐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부문 이익 추정치는 무려 70%, 58%씩 내려갔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 때문이다. 한국의 IT업종은 수출 비중이 높아 글로벌 경기를 가늠하는 잣대로 인식된다. 즉 국내 IT종목은 글로벌 경기와 동조화 정도가 큰 것이다.
조승빈 대우증권 연구원은 “IT업종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빠르게 조정된 측면이 크다”면서 “지금은 경기 둔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예상보다 경기 둔화폭이 크지 않다면 IT업종 실적이 상향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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