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이니지 분야에 ‘올인’할 계획입니다.” 현대아이티가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전문 기업을 표방하고 나섰다. 최종원(43) 현대아이티 대표는 “2010년, 현대아이티의 주력 사업은 디지털 사이니지” 라고 힘줘 말했다. 나아가 2013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 10%를 확보해 글로벌 전문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국내에 수십개 디스플레이 업체가 있지만 세계를 무대로 디지털 사이니지 전문 기업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정식으로 밝히기는 현대아이티가 처음이다.
현대전자에서 분사해 설립 8년을 맞는 현대아이티는 그동안 LCD TV와 모니터를 주력으로 생산해 왔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입니다. LCD나 PDP를 활용한 디스플레이 광고 게시판으로 호텔· 백화점 등 공공 장소에 설치해 간판 역할을 하는 영상 장치입니다. 평판 디스플레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한국에서는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분야입니다.”
지난해 새로 부임한 최 대표는 디스플레이 분야의 ‘초짜’지만 디지털 사이니지 만큼은 ‘타짜’ 실력을 갖췄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모니터처럼 단순한 조립 생산 제품으로 생각하지만 의외로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모니터와 달리 진입 장벽이 있습니다. 게다가 대량 생산 보다는 수요자 입맛에 일일이 맞춰야 합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손이 많이 가면서 투자 만큼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죠. 결국 전문업체가 주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제 막 시장이 커지기 시작해 잠재성도 무궁무진합니다.”
현대아이티는 사이니지 전문 기업을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가고 있다. 먼저 우수 인력이다. 현대아이티의 전신은 IMF 외환 위기 당시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현대이미지퀘스트다. 현대전자 시절부터 이어 온 탄탄한 디스플레이 기술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분사 후에도 TV와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 한 분야만 주력해 대기업 못지 않은 개발과 생산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이 분야에서 가장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미국 APC와 손잡았다.
“APC는 항공용 특수 디스플레이 분야의 세계적인 업체입니다. 방음·방습·내구성을 갖춘 아웃 도어용 디스플레이를 위해서는 APC 기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술 지원을 받아 앞으로 APC가 생산하는 디지털 사이니지 제품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입니다.”
현대아이티는 40억원을 투자해 경상북도 김천에 자체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최 대표는 “빠르면 10월 첫 제품이 나온다”라며 “디지털 사이니지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첫 테이프를 끊었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