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샤프가 최근 중국 현지에 대형 LCD ‘패널’ 공장 건설을 추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일본·대만의 LCD 패널업체들이 투자 리스크는 물론이고 기술 유출 우려 탓에 패널보다는 모듈 공정을 위한 단순 조립라인이나 구세대 패널 합작투자 정도에 그친 것과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샤프가 패널 공장을 통해 중국 시장을 선점하려는 행보를 가시화하자 국내 업계도 이를 예의주시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샤프는 중국 ‘SVA’그룹 및 쉔젠투자그룹과 공동으로 오는 2011년 가동을 목표로 빠르면 내년부터 6세대 혹은 7세대급 대형 LCD 패널 공장 건설에 착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중국내 LCD 패널 공장은 투입 원판기준 월 6만장 규모로, LG디스플레이의 8세대 1기 라인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와 중국 SVA 그룹 등은 각각 절반씩 참여하는 합작투자 방식을 검토중이며, 샤프는 자사 투자 몫 가운데 절반을 또 다시 자국내 부품·설비 협력사와 분담하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VA 그룹은 일본 NEC와 5세대급 LCD 라인 합작 투자하기도 했다.
거대 중국 시장을 선점하려는 샤프의 의지와 첨단 LCD 패널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꾸준한 요청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샤프는 현재 합작 투자에 참여할 일본 현지의 부품·설비 협력사를 구하지 못해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의 한 소식통은 “샤프 최고 경영진들이 중국 시장에 워낙 강한 의지를 보인다”라면서 “지금은 협력사들이 선뜻 나서려 하지 않아 난항을 겪지만 (패널 공장 건설의) 가능성은 유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샤프의 행보에 국내 LCD 패널 업계의 관심도 높아졌다. TV·모니터·노트북·휴대폰 등 주요 제품 시장에서 중국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향후 단순 모듈 공장만으로 현지 시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LG 등 국내 패널 업체들도 LCD 패널 공장 진출을 꾸준히 검토해온 이유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양산능력을 보유했지만 중국내 생산 현지화 전략에서는 오히려 샤프보다 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술 유출 우려로 그동안 LCD 패널 공장 진출을 규제해왔던 대만 정부도 최근 중국에 LCD 기술 이전을 허용하는 추세다.
하지만 조심스럽다. 아직은 중국내 LCD 패널 공장 합작투자 가운데 성공한 전례가 없는 데다, 국내 패널 업계의 경우 부품·설비 등 모든 후방산업군을 동반 진출시켜야 하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합작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샤프는 기술만 팔고 언제든지 나올 수 있지만 국내 업계로선 생산현지화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 시황도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당분간은 중국 현지에 LCD 패널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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