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물가 잡기에 주력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중소기업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어 8월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5.00% 수준에서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5.25%로 올라온 것은 200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통화정책이 통화량에서 금리목표로 바뀐 지난 1999년 이후 이보다 높은 기준금리(콜금리)는 없었다.
금통위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5.9% 올라 9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물가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와 원자재 값 상승으로 가뜩이나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이자 부담까지 늘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소기업 ‘설상가상’=올 들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40조1000억원 늘어 7월 말 기준으로 전체 대출금액이 395조890억원에 이른다. 지난 2006년 이후 은행권들이 줄어든 소비자 대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에 열을 올린 결과다. 중소기업 채무부담은 심각한 수준까지 증가한 상태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14%로 지난해 말 대비 0.14%포인트나 상승했다. 계절적 요인을 제외하면 1.32%까지 높아진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6월 말 기준 0.30%로 지난해 말 대비 0.07%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중소기업 재무 건전성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한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금융당국도 중소기업 재무대책 준비에 분주하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금리 인상으로 중소기업의 채무부담이 가중돼 연체율이 늘어나는지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경기악화 부담 가중=한은의 금리인상 조치에 따라 빠르게 하강하고 있는 하반기 경기를 더욱 짓누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기업들은 투자를 유보하고,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의 대출총액은 현재 379조2306억원에 달하고, 전체 수입 대비 채무비중이 높은 편이다.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빚을 진 국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당분간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동기대비 4.8%로 한은의 전망치 5.0%보다 낮게 나왔다. 전기 대비 성장률 역시 한은은 1.0%로 예측했으나 실제 결과는 0.8%에 머물렀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6월 산업활동동향이 워낙 안 좋게 나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거시지표의 둔화세가 명확해지고 있어 한은이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상희·이형수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