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10여기를 신설, 원전 시설비중을 현재 26%에서 36% 이상으로 늘리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사실상 원안대로 확정할 방침이다. 당초 목표보다 원전 설비 비중을 1%포인트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포인트 올려잡았다. 일부 시민단체는 지난 6월 원안과 달라진 게 없다며 반발, 막판 진통을 예고했지만 반박하는 의견도 팽팽했다.
◇‘원전 설비비중 2030년 36∼42%’=에너지경제연구원은 7일 수정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원전 설비 비중은 지난해 기준 26%에서 2020년 29%로, 2030년에는 36∼42%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6월 초안과 비교하면 2030년 목표가 1%포인트가량 줄어들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40만㎾급 원전 10기가량을 새로 건설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목표치는 원안보다 2%p 높인 2030년 11%로 잡았다.
7일 안은 사실상 정부 최종안으로 해석됐다. 정부는 8일까지 관련 여론을 수렴, 이르면 이달 말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국가에너지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시민단체 의견이 전달될 수 있지만 큰 폭의 내용 수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민단체들 “변한 게 뭐냐”=일부 시민단체는 원안에서 지적된 점 중 달라진 게 전혀 없다며 반발했다. 사회적 합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원전 확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사무국장은 “정부가 원전 확대 근거로 내세우는 것처럼 원전 경제성이 높다면 굳이 정부가 목표치를 정하지 않아도 민간에서 투자하려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치도 마뜩찮다. 이미 일부 신재생에너지 경제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특별한 정부 조치가 없어도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10%는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최근 열린 워크숍에서 신재생에너지 목표치가 최소 15%는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부장은 “오십보 백보가 아니라 구십오보 백보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안은 뭔데”=반박 의견도 쏟아졌다. 박기철 한국수력원자력 전무는 “국민은 싸고 질좋은 에너지를 사용할 권리를 갖고 그런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면 이를 우리나라 성장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게 좋으며 그 답이 원전”이라고 말했다. 원전을 확대해 수요가 늘어나는 기저부하를 감당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인데다 사용후 핵연료 등 문제는 충분히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란 뜻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치도 마찬가지다. 부경진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잠재력으로 목표를 상정한 9∼11%도 높은 것”이라며 “실제로 현재보다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이 4∼5배 늘어날 것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순욱기자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