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년간 한국 게임 시장은 고속으로 성장했다. 한국인 개발자의 실력도 산업 발전과 더불어 하루게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 한국인 개발자의 무대는 세계다. 더 넓은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자 외국 유명 게임회사로 진출하는 꿈많은 개발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언어 장벽이 낮은 게임 아티스트들의 해외 진출이 두드러진다. 세계 최대 게임업체인 EA 아트 디렉터 제니 류가 처음으로 이목을 끈 후 미국이나 유럽에서 개발된 게임 타이틀의 엔딩 크레디트에서 한국인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유비소프트에서 시니어 아티스트로 5년째 근무 중인 양인영씨(29) 역시 그중 한 사람. 양씨는 레드스톰 스튜디오의 대표작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고스트 리콘 어드밴스드 워 파이터2’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현재 새로운 블록버스터 타이틀 개발에 몰두 중인 그녀를 만났다.
양씨는 “한국은 의심할 여지 없는 게임 강국이고 그래픽 아트 분야는 그중에서 발군”이라면서 “운동선수와 연예인처럼 게임 아티스트들도 외국 업체들에 한 수 가르쳐 주는 것은 어떨까”라고 말했다.
―3차원(3D) 아트 작업 중 게임이라는 분야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유비소프트에 입사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통해 게임 아트 역시 매력적인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업계의 아티스트는 계약직이 위주인 것과 달리 게임 업계의 아티스트는 대부분 정규직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미국 취업 비자를 받기 유리했기 때문이다. 게임 아티스트로 진로를 정한 후 여러 게임 회사에 이력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보통 미국에서 게임 아티스트로 취업하기 위해서는 100군데 정도 이력서를 보낸다고 들었다. 다행히 세 번째 이력서를 보낸 회사에서 전화 면접 요청이 왔다. 그곳이 유비소프트였다.
―한국 아티스트들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해외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운동 선수나 과학자 소식을 들으면 뿌듯함을 느낀다.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게임 아티스트들도 한국의 위상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한국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터넷 그래픽 커뮤니티에서 유명세를 탄 한국인 아티스트도 많고 그중 상당수가 해외에서 활동 중이다. 유비소프트의 한 동료는 나의 그래픽 작업을 보고 칭찬을 한 후 “한국인은 컴퓨터 그래픽을 하는 유전자를 타고나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3D 그래픽 인력의 공급 과잉 현상으로 아티스트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90년대 중반 한국에서 3D 컴퓨터 그래픽 교육 붐이 일면서 관련 인력도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3D 그래픽의 3D가 3차원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3D업종의 ‘Dirty, Difficult, Dangerous’를 의미하는 3D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들었다.
―미국 게임 회사의 근무 형태는 한국과 많이 다른가.
▲업무 형태나 팀의 구조는 회사나 프로젝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아트 팀에서는 팀장 한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평적인 구조로 이루어진다. 아트 팀 내에서도 업무 내용에 따라 더 작은 팀들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게임 아티스트의 업무는 알려진 것보다 더 세분화돼 있다. 캐릭터 아트 팀만 보더라도 △캐릭터 모델 △직물조직(texture) △옷 △장비 등 분야별로 아티스트들이 따로 있다. 게임 아트 팀의 업무 세분화는 미국 게임 업계의 대세다. 세부적인 한 가지 분야를 정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의 아티스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개인 위치에서 보면 더 나은 급여와 근무 환경이라는 장점이 있다. 또 해외에서 이름을 날리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한국 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임 업계도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아티스트 사이에 국제적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면 국가 혹은 기업 간 기술 교류가 일어나기도 쉬울 것이고 한국 게임 산업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아티스트들은 유학을 와서 취업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캐나다나 호주와 같이 취업 비자를 받기 까다롭지 않은 국가에서 일을 하고자 한다면 한국에서 직접 지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어를 못 하더라도 포트폴리오가 워낙 뛰어나면 개발사에서 알아서 모셔간다.
류태영 USC 인터랙티브 미디어 디비전 석사 과정 tryu@usc.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