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CD총괄)가 LCD 유리기판을 사올 때 LG디스플레이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LG디스플레이조차 쉬쉬하지만 업계에서는 양사의 유리기판 구매단가 차이가 최소 5%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국내 LCD 유리기판 시장의 70% 가까이를 독차지한 삼성코닝정밀유리와 삼성전자가 한 식구기 때문이 아니다.
차이는 구매 물량과 제조공법이다.
우선 양산능력에서 LG디스플레이보다 25% 이상 많은 삼성전자는 전체 유리기판 조달물량의 90% 이상을 삼성코닝정밀유리에서 사들인다. 이에 비해 LG디스플레이는 총유리기판 구매 비중의 42% 정도를 삼성코닝정밀유리가 차지한다. 나머지 절반 정도를 일본 NEG(PEG 포함)에서 도입하고, 7%가량을 일본 아사히글라스에서 조달한다. 삼성코닝정밀유리가 공급하는 절대 물량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는 결국 구매 원가로 이어진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LCD 제조기술이 서로 다른 점도 유리기판 구매 단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전세계 5위권 LCD 패널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IPS’ 공법을 쓴다. 삼성전자는 ‘VA’ 기술을 적용한다. 미국 코닝 본사가 원천기술을 가진 삼성코닝정밀유리는 LCD 유리기판 제조공법이 VA 기술에 특히 유리하다. 코닝의 제조공법은 IPS 기술로 만드는 LCD 패널은 현재 수율이 80%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데 비해 VA 기술은 10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대목은 코닝의 기술이 IPS 제조공법에서 발생하는 나머지 20% 정도의 불량 유리용액을 그대로 VA 유리기판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LCD 소재 분야에 저명한 모 대학 교수는 “코닝의 유리기판 제조공법으로는 근본적으로 IPS 기술이 VA 기술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면서 “IPS 공정에서 나오는 유리용액 불량분을 VA 공정에 그대로 쓸 수 있다면 제조원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도 작용해 지난 2006년 LG디스플레이는 일본 NEG와 합작으로 파주전기초자(PEG)를 설립해 유리기판 자체 조달 비중을 지금까지 꾸준히 늘려왔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 비싼 값을 치르는 ‘불이익’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였다.
이러한 LG디스플레이도 삼성전자보다 비싸게 사온다고 짐작만 할 뿐 정작 얼마나 비싼지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부품, 소재 협력사에 대해 까다로운 ‘관리’로 악명높은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경쟁사 납품 단가는 이래저래 알려질 수밖에 없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코닝정밀유리가)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단가를 지금도 전혀 알 수 없다”면서 “공급물량이나 기술방식의 차이가 납품 가격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한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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