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발 IT 특허波高

글로벌 기업 공세, 6년간 184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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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양과 동해를 건너 한국으로 불어오는 미국·일본발 특허파고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일부 다국적 기업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무차별적으로 특허소송을 제기하면서 ‘특허분쟁의 덫’에 걸려 고통을 겪는 국내 IT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와 함께 특허·실용신안 등 지식재산권 출원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무효심판 등 특허분쟁에 휘말린 특허 2건 중 1건이 특허소송에서 무효가 될 개연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자신문 탐사보도팀이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6년간 국내에서 제기된 특허무효청구소송 결과를 분석한 결과 무효소송이 완결된 1840건의 사건 중 947건의 특허가 무효로 판결났다. 6년간 평균 무효율은 51.47%를 기록했다.

 ◇걸면 걸린다(?), 한국 기업 대상 국제특허소송 급증=국내 IT기업들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사법기관에서 다국적 기업과 끝이 보이지 않는 무혈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특허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는데다 로열티를 요구하는 주체가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위주였던 라이선스 요구 주체가 최근 몇 년 사이 특허풀·특허사냥꾼(patent troll)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특허전쟁이 국지전에서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IT 분야는 MPEG-LA(MPEG 기술)·비아 라이선싱(RFID) 등 차세대 기술을 중심으로 특허풀 형성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허청이 지난 2000년부터 2008년 6월 말 현재까지 집계한 국제특허분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 기업이 국내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IT업체를 대상으로 국내외 법원 및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특허분쟁은 모두 29건으로, 2006년(11건)에 비해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표준특허 분야에서 한발 앞선 일부 다국적 기업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특허공세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는 양상이다.

 공략대상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효자 품목인 LCD와 반도체가 각각 6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휴대폰과 관련한 특허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전자태그(RFID)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로봇 △내비게이션 분야도 특허분쟁 발발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꼽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다국적 기업은 경쟁사를 견제하는 장치로 특허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IT기업들에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공세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 특허분쟁에 발목, 해외시장 개척 위축=중견기업 및 영세한 중소기업의 상황은 이보다 더욱 심각하다. 특허침해는 물론이고 특허무효소송 등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분쟁에 휘말려 위축되고 있다. 특히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신제품을 개발했지만 특허분쟁에 휘말리면서 해외 판로개척 및 신규 거래처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소문이 나면 기업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우려해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이 분쟁의 당사자로 나선 특허무효심판 청구건수는 2003년이후 2006년까지 지속적으로 늘었다.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에 제기된 무효심판청구 건수는 지난 2003년 1325건에서 2006년 1708건으로 증가했다. 2007년에도 1700건을 기록했다. 문제는 무효율. 특허침해소송을 당한 회사가 비침해 항변의 일환으로 제기하는 무효심판청구 소송에서 특허가 최종적으로 무효로 판결나는 비율이 평균 50%를 넘었다. 사실상 기업이 보유한 특허 2개 중 하나가 소송에 휘말리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대응특허를 보유하지 않고 있는 소기업들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경고장에 좌불안석이다. 이들 기업에는 ‘Dear Sir’로 시작해 ‘your product appears to infringe US patent No 1234567, owned by our company’로 끝나는 편지가 도착하는 것 자체가 경영에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용진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 지재권센터장은 “사후대응보다는 예방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특허경영에 관한 마인드 전환이 중요하다”며 “특허를 출원하는 단계에서 표준특허 확보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탐사보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