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난치병’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
물가를 잡자니 경기가 문제고, 경기를 살리자니 뛰는 물가가 문제다. ‘고물가-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더욱 신중하게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하고 기업은 성장동력을 잃지 않도록 해야할 때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우리 기업들이 순항하기 위한 스태그플레이션 대책을 모색해 본다.
한국은행은 지난 7일 1년만에 기준금리를 5%에서 5.25%로 전격 인상했다.
금리인상이 가뜩이나 힘든 서민경제나 중소기업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한국은행은 물가잡기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밀어붙였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하고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1·2차 오일쇼크 당시의 스태그플레이션 사례와 비추어볼 때 이전과 같은 심각한 스테그플레이션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국내 경제는 물가 오름세가 높아지는 가운데 경기는 급속히 침체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정부와 기업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경기 회복기에 대비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해졌다. 특히 물가안정 기조 속에서 경기활력을 잃지 않도록 정부 당국과 기업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공공요금의 점진적인 인상, 노사 합의에 의한 임금 인상 최소화 등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을 최대한 완화해야 한다”며 “또 급격한 금리인상의 지양과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 확대 유도 등으로 경기급랭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 제조현장의 공정개선, 노사화합 등에 의한 산업 생산성 제고 노력을 끊임없이 추진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 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 잠시 힘들다는 이유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도 포기해서는 안된다.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구조 전환과 산업경쟁력 강화의 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문이다.
1, 2차 오일쇼크 당시 일본이 빠르게 스태그플레이션을 벗어나는데 핵심이 된 것도 이같은 정책 덕분이다. 일본은 당시 재정 및 금융 긴축정책을 실시하는 동시에 산업구조의 지식집약화 구상을 추진했다. 지식노동 투입이 상대적으로 크고 자본 투입량은 작으면서 자원에너지 투입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산업이 육성됐다. 또 중소기업 육성이 본격화되고 차기선도산업의 육성과 산업기술발전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결국 이러한 토양은 일본의 산업구조가 크게 전환되는 밑거름이 됐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스태그플레이션을 산업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적극 실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R&D투자 증가는 물론 효율성 증대를 통해 산업의 지식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와 중소기업 간의 고통분담 노력도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거래의 투명화나 기술이전 촉진 및 공동사업화 지원 강화에 나서고 정부도 세제 혜택 등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스태그플레이션은 2009년말까지 지속되고 그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기둔화는 지속돼 경기회복은 2010년 하반기 이후에는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국경제는 이 기간을 체질개선과 성장 잠재력 확충에 ‘올인’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권상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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