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무효소송에 휘말린 특허 2건 중 1건이 법원에서 신규성·진보성 등 기술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무효’로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탐사보도팀이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6년간 국내에서 제기된 특허무효청구소송 결과를 분석한 결과, 무효소송이 완결된 1840건의 사건 중 947건의 특허가 무효로 판결났다. 6년간 평균 무효율은 51.47%를 기록했다.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회사 간 벌어지는 특허무효심판 청구소송에서 국내 기업이 보유한 특허 2건 중 1건이 사실상 기술 생명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리사는 “모든 특허가 100% 정확히 발급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른바 등록되지 말아야 할 특허가 등록되고 이와 반대의 사례도 있다”고 토로했다.
무효소송 대비 무효율은 2002년 51.3%, 2003년 56.3%를 기록한 이후 2004년 47%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가 2005년 56.4%, 2006년 53.0% 등 다시 50%대로 올라섰다. 2007년에는 43.4%까지 떨어지면서 지난 6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당수 기업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특허를 출원·등록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경제적·시간적 비용만 낭비한 셈이다.
특허출원대행 수수료는 건당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특허출원 수수료뿐 아니라 특허가 출원되면 성공보수까지 지급해야 한다. 소송에 돌입하면 변호사 선임 등에 따른 비용부담이 배로 늘어난다.
특허무효 심판청구소송에서 자사의 특허가 무효로 판결난 한 기업의 대표는 “선행기술 파악 등 심사를 좀 더 세밀히 해 우리 기술이 애초에 거절을 당했다면 지금처럼 소송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품업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등록된 특허 중 제품화되는 비율은 매우 적다. 아마 1%도 안 될 것”이라며 “법정 소송으로 인해 기업이 부담해야 할 유무형의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허 전문가들은 50%가 넘는 무효율(무효심판청구건수 대비 무효건수)에 적잖은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승복 가산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소송에서는 특허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집요하게 달려든다”며 “현실적 제약은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허법률사무소의 익명을 요구한 한 변리사는 “무효소송은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은 사건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무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한편 지난 1999년부터 2008년 2월 말까지 최근 10년간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건수(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는 총 158만4504건으로 이 가운데 무효건수는 5766건으로 조사됐다. 전체 등록건수 대비 무효건수를 나타내는 무효율은 0.36%로,1000건 중 3.6건이 사장됐다.
탐사보도=김종윤팀장·김원석·윤건일기자@전자신문, tams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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