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익... 쿵, 쿵, 쿵, 쿵”
송아지만한 로봇이 성큼 일어나더니 네 발로 연구실을 뛰어 다닌다. 험준한 산길에서 군수물자를 나르는 국산 견마로봇이 처음으로 실체를 드러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나경환)은 네 다리로 걷는 견마로봇의 프로토타입을 완성하고 일차 주행실험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머리 없는 네 발 짐승을 닮은 견마로봇은 총 16개의 유압식 액추에이터를 다리 관절에 장착하고 전후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 로봇의 이름은 진돗개와 풍산개의 앞글자를 따서 ‘진풍(眞風)’이라고 붙였다. 견마로봇의 걸음걸이가 소, 말보다는 개를 더 닮았기 때문이다. 로봇외형은 보스톤 다이나믹스사가 올초 공개한 견마로봇 ‘빅독(Big dog)’과 흡사하다. 진풍에 장착된 회전형 액추에이터는 발목을 앞뒤로 꺾을 수 있어 험준한 지형에 대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빅독은 한 방향만 꺽이는 리니어 액추에이터를 채택한 탓에 심한 경사를 만나면 오르기 쉬운 방향으로 몸체를 돌려야 한다.
생기원은 구 산자부의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에 따라 지난 2006년 9월부터 한화, 현대로템 등 민간기업과 손잡고 군사용 견마로봇을 개발 중이다. 지난 2년간 견마로봇 초기모델 개발에 투입된 비용만도 65억원이 넘는다. 진풍은 오는 2012년까지 100kg의 짐을 지고서 산악지형을 오르는 기동성을 갖추게 된다. 육군교육사령부는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견마로봇의 군사적 가치에 주목하고 합참측에 필요성을 제기해놓은 상황이다. 2010년대 후반이면 네 발 달린 견마로봇이 보병부대를 선도하거나 지뢰탐지, 탄약수송 등에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국산 견마로봇이 군장비로 실용화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진풍을 움직이는 유압식 엔진을 소형, 경량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보병부대와 행군속도를 맞추기 위해 시속 3km인 속도를 두 배는 높여야 한다. 얼음판, 자갈밭에서 발로 차도 넘어지지 않는 균형감각은 기본이다. 복잡한 전투상황을 감안해 한쪽 다리가 고장 나면 세 다리로 움직이는 등 까다로운 백업기능도 요구된다.
견마로봇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박상덕 생기원 박사는 “견마로봇 개발에 20년을 투자한 미국에 비하면 기술격차가 크지만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할 때 견마로봇의 실전배치는 더 앞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