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SW코리아, 다시 시작이다](6부)②임베디드 공개SW

[신 SW코리아, 다시 시작이다](6부)②임베디드 공개SW

 소스코드가 공개된 공개 소프트웨어(SW)가 임베디드 SW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임베디드 SW 분야에서 공개 SW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단말기나 임베디드 시스템을 만드는 개발자가 소스코드를 입맛에 맞게 조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 또한 저렴하기 때문이다. 소스코드 공개가 최종 소비자에게는 관심 밖의 사항이어서 PC 애플리케이션이나 운용체계(OS) 분야에서는 특별한 장점이 아닐 수 있지만, 기능을 수정해야 하는 개발자에게 공개된 소스코드는 최고의 장점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에 힘입어 이미 디지털 TV의 OS로는 임베디드 리눅스가 90% 이상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IPTV 셋톱박스에는 100% 임베디드 리눅스가 채택됐다. 모바일에서도 중심은 공개 SW로 기울었다.

 ◇모바일 시장, 공개 SW로 중심 이동 = 가장 뚜렷한 변화는 모바일 OS 부문이다. 노키아는 심비안의 나머지 지분 52%를 인수해 100% 지분을 확보, 심비안 파운데이션을 설립하고 심비안의 소스코드를 공개했다.

 심비안은 전 세계 휴대폰 OS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OS다. 소스코드 공개 배경에는 휴대폰 제조사의 리눅스 공동 개발 열기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07년 초에는 삼성전자·모토로라를 비롯한 전 세계 18개 회사가 심비안·윈도모바일에 맞서 OS를 개발하기 위해 모바일 리눅스 단체 리모(Limo)를 결성했다.

 올 1분기에 R1 플랫폼을 개발했됐으며, 현재 R2 플랫폼을 개발 중인 상황이다. 또 다른 진영에서는 구글이 휴대폰 제조사와 칩 제조사 등 34개 업체와 개방형휴대폰연맹(OHA)을 결성하고 리눅스를 기반으로 개발한 OS와 다른 SW 패키지를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OHA가 안드로이드 SDK와 작동샘플, 안드로돌로지(시스템 구조 및 내장 SW)를 공개했다.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최초의 휴대폰은 올 하반기 미국과 유럽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팜(Palm)의 OS 부문을 인수한 액세스컴퍼니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팜의 진화모델 ALP를 개발했다.

 ALP는 기존 팜OS에서 활용 가능한 2만5000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것을 강점으로 개발됐다. 이 외에도 모토로라의 리눅스 기반 모바일 플랫폼 모토맥스와 노키아가 휴대형 인터넷 태블릿을 위해 개발한 개방형 개발플랫폼 마에모(Maemo) 등이 공개 SW의 세를 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2∼3개의 리눅스 기반 OS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모바일 솔루션의 또 다른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우저 분야에도 공개 바람이 거세다. 최근 모질라재단은 PC용 공개형 웹 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의 모바일 판을 공개했으며, 아이폰으로 유명해진 사파리 또한 오픈소스 웹브라우저 엔진 웹키트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 공개 SW 개발 커뮤니티인 소스포지닷넷에는 모바일 3D 솔루션, 벡터 그래픽 등을 개방형으로 개발하는 수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전방위 확산 = 공개 SW가 장악해 가는 임베디드 시스템 분야는 모바일 분야뿐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한국의 디지털TV OS는 이미 리눅스가 장악했다. PMP와 내비게이션도 리눅스가 대세다. OS와 웹 브라우저, 인터페이스 등을 중심으로 공개 SW는 인터넷과 OS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얻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와이브로 관련 모든 네트워크 장비를 리눅스를 기반으로 개발해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오픈소스 자동차가 세계 처음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자동차 차체와 부품을 비롯한 하드웨어 설계부터 자동차 운행에서 주요한 기능을 갖고 있는 SW에 이르기까지 네티즌이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 바로 오픈소스 자동차 ‘커먼’이다.

 이는 네덜란드의 한 환경 단체와 3개 대학이 편리하고 환경친화적인 자동차 개발 기술을 함께 공유하자는 취지로 추진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자동차의 상세한 설계도 등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무상으로 구할 수 있고,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수정을 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개 SW는 OS와 브라우저 중심으로 각광받았지만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또한 공개 SW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임성순 아로마소프트 사장은 “OS를 시작으로 다양한 솔루션 영역에 공개SW가 확산되고 있다”며 “모바일 솔루션의 공개·개방화가 국내 기업에 기회일지 독이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힘들지만, 세계적인 대세인만큼 국내기업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점은 뭔가= 세트 제조사는 OS별로 별도의 개발팀이 필요할 정도였지만 공개 SW를 적용하게 되면 이러한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또, 소스코드를 입맛에 맞게 바꾸기 편리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임베디드 SW 기업들의 사정은 다르다. 공개SW가 넘쳐나면 솔루션 기업들은 자체 솔루션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 SW를 커스터마이징해주는 용역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게다가, 진입장벽은 더 없이 낮아져 무한경쟁체제가 가속화되면서 저가 경쟁이 판을 칠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등의 특화된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선은 대다수의 SW 소스코드를 공개했지만, 로열티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공개 SW일지라도 로열티와 라이선스 정책은 별개인만큼 반드시 필요한 원천기술이라면 이를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

 플랫폼 개방의 또 다른 문제는 악성 코드(Malware)의 등장이다. 공개 SW의 장점이 많은 개발자가 취약점을 찾아내 이를 수정·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해커가 이를 먼저 발견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IP 보호와 악성 코드로 인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상화 등의 기술을 적용할 수 있으며, 이 외에 다른 별도의 정책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보경기자 okmun@

◆기고- 조광제 한국리눅스파운데이션 대표(밸류플럼 대표)

 소비자가 특히 정보통신 제품을 구매할 때 여러 선택 조건이 있지만 디자인과 가격 그리고 기능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원하는 기능이 충족되지 않은 제품은 디자인과 가격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 기능에 해당하는 것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고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요인으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임베디드 SW란 일반적으로 특정한 시스템에 탑재돼 사용자가 원하는 특화된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즉, 정보가전 기기, 자동 센서 장비, 휴대폰, 군사용 기기, 자동차, 로봇, 비행기, 엘리베이터 등의 제품에서 하드웨어 일체형 SW를 말한다. 일상생활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트너그룹에 따르면 세계 임베디드 SW 시장규모는 2004년 1072억달러로 해마다 평균 6.6%씩 성장하고 있고, 국내는 2004년 52억달러에서 2007년 70억달러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융합 IT 전략을 통해 임베디드 SW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육성 정책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산업 이면을 들여다보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당면한 임베디드 SW 산업의 문제점으로는 라이선스 매출보다는 외주 용역 방식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비율이 높다 보니 임베디드 SW 개발회사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특성까지도 잘 이해하는 임베디드 SW 개발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첫째, 임베디드 SW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보안돼야 한다. 제품 모델별 얼마 하는 방식보다 팔린 개수만큼 적정한 가격으로 로열티를 주는 라이선스 매출 방식이 늘어야 된다.

 둘째, 임베디드 SW 개발 방법론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소수의 개발자가 회사 내에서만 개발하는 전통적인 방법에서 공개 SW 개발 방법론으로 전환을 기해야 한다. 실리콘밸리 소재 슈가CRM사는 100명도 안 되는 인력이지만 전 세계 9000여명의 커뮤니티 개발자들과 공개 SW 방식으로 제품을 같이 만들고 있다. 롱테일의 법칙은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적인 공개 SW 개발 사이트인 소스포지(www.sourceforge.net)에서는 전 세계 150만명의 개발자가 자발적으로 14만600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이 중 1만2000개가 임베디드 SW 관련 프로젝트다.

 이렇게 만든 SW는 GPL(General Public License)을 따르면서 서비스 모델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임베디드 SW 기업도 공개 SW 프로젝트를 개설하고 커뮤니티 개발자와 세계적인 임베디드 SW를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한다.

 danielcho@valuepl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