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마더보드의 국산화 시대를 열겠습니다.”
박영철(47) 넥싸이트 대표가 대만이 주도하던 마더보드 시장에서 토종의 매운 맛을 보여 주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컴퓨팅 메인 제품의 하나인 마더보드는 대만이 세계 시장을 주도해 왔습니다. 국내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기술력을 먼저 확보했지만 생산 규모에 밀리면서 결국 대만에 시장을 내줬습니다. 퍼스널 컴퓨터(PC)와 같은 대규모 제조 능력이 필요한 시장은 힘들겠지만 새로운 성장 분야인 산업용 만큼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박 대표는 최근 실제로 이를 증명해 보였다.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기성품 마더보드를 상용화했다. 그동안 이 시장은 대만 어드밴텍·아수스 등이 주도해왔다. 출시 후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다. 주문형에서 메인 시장인 기성품으로 사업 방향을 튼 데는 탄탄한 기술력과 시장 잠재성 때문이었다.
“산업용 보드 수요는 무궁무진합니다. PC가 주도하던 수요가 점차 셋톱박스·IPTV·홈 네트워크 분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산업용 분야는 사후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이 무엇 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대만업체가 결코 따라올 수 없습니다.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만에 의존하던 국내업체의 가려움을 해결해 준다면 완제품 보드 시장에서도 넥싸이트의 브랜드를 충분히 알릴 수 있습니다.”
그의 자신감은 한 마디로 탄탄한 기술력과 노하우에서 나온다. 넥싸이트는 2004년 설립했지만 국내에서 유일한 마더보드 설계 능력을 갖춘 업체다. 기술력 원천은 삼보컴퓨터 시절로 거슬러 올라 간다. 박 대표 자신을 포함한 엔지니어 대부분이 삼보컴퓨터 출신이다. 박 대표는 89년 삼보 기술연구소에 입사해 2002년까지 14년 가까이 삼보에서 컴퓨팅 기술 하나만 갈고 닦았다. 넥싸이트를 이끄는 개발자의 평균 하드웨어 개발 경력도 10년 이상이다.
“컴퓨팅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바이오스 (BIOS)’ 입니다. 국내에 얼추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엔지니어가 30명 가량 입니다. 이 가운데 4∼5명 정도가 우리 연구소에 포진할 정도로 컴퓨팅 기술 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앞선 기술력 덕분에 넥싸이트는 설립 4년차 새내기 기업이지만 현대통신·LG전자· 한국하니웰· 두산인프라코어 등과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설립 이 후 매출도 매년 급상승 중이다. 올해 처음으로 세 자리 매출과 함께 해외 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기술력이 있다면 시장은 따라 올 수 밖에 없다” 라며 “애플리케이션, 시스템 온 칩(SoC) 등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국산 마더보드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겠다”고 힘 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