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KOTRA 사장이 덴마크 국적인 선정 요한센씨(51)를 코펜하겐 무역관장으로 임명했다. 한국 출신이지만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있는 첫 외국인 무역관장이다. KOTRA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충격이다. 공채 출신이 아닌 해외에서 처음으로 뽑은 현지직원 출신이기 때문이다. 내부 인물을 발탁한다는 내부 관행을 과감히 깼다. KOTRA 한 관계자는 “(내부공채로) 무역관장으로 승진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현지직원을 뽑아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무엇보다 조 사장이 밝혀온 대대적 개혁 의지를 실천했다는 데 의미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취임 후 “뼈를 깎는 개편과 전문가 육성으로 매너리즘을 뜯어 고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내정 직후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수년동안 KOTRA 정체성 시비가 많았다”며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겠다”고 대대적 개편 의사를 피력했었다.
요한센 신임 코펜하겐 무역관장 임명은 KOTRA 스스로에게 정체성을 묻는 첫 번째 질문인 셈이다. KOTRA에 따르면 요한센씨는 현지 경제·산업·사회·문화 등 구석구석에 정통해 ‘덴마크통’으로 통한다. 사실상 한국에서 파견 나간 사람에 비해 한국 기업의 수출지원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그는 2000년부터 지사화사업을 총괄해 상당한 실적을 올렸다. 덕분에 KOTRA 표창도 수차례 받았다. 여기에 덴마크로 출장 온 수출역군들을 직접 자택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하고, 현지 기업을 함께 방문하는 등 수출지원 업무에 각별한 애착을 나타낸 사례들도 전해진다.
인사 직후 조 사장은 “조직의 건전한 긴장감은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며 “조직에 근무의욕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아울러 KOTRA 94개 무역관에 종사하고 있는 현지직원에게 일에 대한 의욕을 북돋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외 무역관에는 현지직원이 342명으로 KOTRA 파견직원(323명)보다 많다.
오는 10월 1일부터 관장직을 수행하는 요한센씨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1988년 덴마크인과 결혼해 현지에서 살고 있다. 덴마크 힐러뢰트 비즈니스대학에서 수출·마케팅을 전공했으며 97년부터 KOTRA 무역관에 종사하고 있다. 요한센씨는 임명 통보 직후 “남편이 IT벤처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점을 활용, 현지인 관점에서 한국기업의 매력을 파악해 관련 사업을 개발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