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을 덧입은 베이징 올림픽이 두 개의 상반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은 맥도널드부터 GE까지 역대 최고의 마케팅 금액을 온라인에 쏟아부어 디지털 문화가 꽃피는가 하면, 중국 당국의 감시와 함께 해커들의 대형 먹잇감으로 지목돼 보안업체들의 경고 메시지도 잇따르고 있다.
◇‘디지털로 더 빨리 더 높이’=딘 드비아스 TNS미디어 CEO는 “베이징 올림픽은 (TV가 아닌) 디지털기기 시청 세대를 만들어낸 첫 번째 올림픽”이라면서 “PC와 휴대폰 등 디지털기기로 본 올림픽 시청률이 5%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를 먼저 감지한 것은 역시 기업 마케팅 팀이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 더 많은 소비자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해 교감을 이끌어내기에 나섰다. 맥도널드는 2004년엔 디지털 마케팅 비용이 전무했지만, 베이징 올림픽에선 전체 비용의 10%를 온라인 마케팅 비용으로 책정했다. 코카콜라도 2006년 동계 올림픽 대비 디지털 마케팅 비용을 50%나 올렸고, 스피도는 100% 온라인 마케팅만 펼치고 있다.
나이키는 올림픽을 기념해 나이키 랩 공식 웹사이트(nikelab.com)에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의류 100여개를 소개했다. 130여개 관련 동영상을 볼 수 있으며 이를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와도 공유할 수 있다. 레노버는 100개도 넘는 올림픽 선수 블로깅을 지원하며 존슨앤드존슨 등은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했다. 댄 슈스트 리소스 인터랙티브 상무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징 올림픽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디지털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GE, 뉴 마케팅의 모범 사례로 떠올라=수많은 올림픽 스폰서 기업 중 GE가 발군의 마케팅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베이징 북부의 장베이 및 상이 풍력발전단지에 120대의 풍력 터빈을 제공해 친환경 기업의 이미지를 굳히는 한편, 베이징 올림픽 선수단에 첨단 초음파 의료기기 ‘LOGIQ i’를 공급, 헬스케어 마케팅에도 나섰다. 1000여대의 베이징 택시에 GE의 베이징 올림픽 기여도를 담은 터치 스크린을 설치했다.
GE의 계열사인 방송사 NBC유니버설은 온라인 2200시간을 포함, 총 3600시간의 올림픽 중계 방송을 제공한다. GE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베이징 올림픽 관련 매출이 7억달러, NBC유니버설의 광고 매출은 총 10억달러에 달한다”면서 “GE 역사상 가장 성공한 올림픽 게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커들의 타깃은 ‘베이징’=디지털 올림픽은 스팸 메일 급증으로도 이어져 네티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가짜 올림픽 복권을 팔거나 엉뚱한 사이트로 유인하는 ‘올림픽 테마 바이러스’도 등장했다.
특히 최근엔 가짜 CNN 헤드라인을 클릭하면, 사용자의 컴퓨터를 바이러스를 유포하는 ‘봇넷(bontent·숙주)’으로 만들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보안업체인 메시지 랩 측은 “올림픽조직위원회(IOC)에서 발송한 것처럼 보이는 e메일도 등장해 IOC 관계자나 운동 선수들에게 발송되는 사례가 있다”면서 “일반인뿐만 아니라 올림픽 관계자들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보안방첩국(NCIX)은 베이징 올림픽을 참관하는 미국인에게 노트북PC나 휴대폰 등 디지털기기의 정보가 사이버 스파이 행위로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인터넷 카페와 호텔, 사무실 등 공공장소의 전화망과 호텔PC는 정례적으로 도청 등 감시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