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주년이 되는 해다.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할 만큼 급속도의 성장을 이루어 왔다. 우리 민족은 남다른 역동성과 뛰어난 적응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중진 공업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자원 최빈국이면서도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뛰어난 인적 자원과 함께 유별나다 할 수 있는 높은 교육열을 들 수 있다. 지난 60년간 우리가 만들어 낸 교육의 틀은 분명히 그 나름의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고 사회·경제적 발전의 추진동력을 제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평가하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지속적인 성장으로 선진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교육 틀을 크게 바꾸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21세기는 특출한 소수 인재에 의해 다수 국민의 삶의 질이 결정되고 국가 경쟁력이 좌우되는 고도의 지식기반 사회다. 이러한 지식기반 사회는 개개인이 가진 재능을 키워나가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며, 결국 우리 교육의 틀 속에서 이를 어떻게 구현해 갈 수 있을 것인지가 앞으로의 성장을 결정하는 관건이 된다.
특히 수학·과학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갖춘 인재를 조기에 발굴, 그들의 잠재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의 틀을 갖추는 일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미래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는 고도의 창의력을 갖춘 과학기술 인재 배출이 가능한 이공계 교육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이공계 대학교육의 획기적인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 이미 짜여 있는 전통적 교과과정의 틀에 학생들을 끼워 맞추어 교육하는 기존 대학교육 시스템으로는 원천기술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창조적 인재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생 개개인 별로 적성과 과목별 성취도, 흥미, 희망분야에 따라 다양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학문 분야를 뛰어넘어 학문 간 경계에서 혹은 학문 간 융합에 의해 창출되는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하도록 교육의 틀을 과감하게 바꾸어 가야 할 것이다.
과학의 수준이 국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특별히 앞으로 60년은 소수의 창의적 과학영재들이 국가 발전을 결정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작금에 이공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갖춘 많은 인재가 이공계 진출을 기피하고 의학·법학 계열로 대거 쏠리는 현상은 실로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과학 영재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미래에 도전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다양한 교육의 틀을 갖추는 것이다. 그들이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그들이 글로벌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지 못한 이공계 대학인의 자성과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아울러 교육계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해야 한다.
백성기 포스텍 총장 sgbaik@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