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저항막 터치스크린에서 멀티터치를 구현하는 특허기술이 예상만큼 시장파급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에이디반도체(대표 이상철)는 세계최초로 저항막 터치스크린에서 멀티터치를 구현하는 필름패턴, 전용 컨트롤러칩을 지난달 공개한 바 있다. 이 회사는 한 곳의 압력신호만 인식하는 저항막 터치스크린을 바둑판처럼 잘게 나눈 뒤 각 셀마다 터치기능을 집어넣었다. 이런 원리로 저항막 스크린에서 여러 손가락을 눌러도 위치를 인식하는 멀티터치 기능을 구현했다. 에이디반도체는 저항막 멀티터치 기술이 기존 멀티터치에 쓰는 정전식 터치스크린보다 싸고 신뢰성도 높다며 터치스크린 시장의 판도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정작 터치스크린 업체들은 저항막 멀티터치의 실용성이 낮다며 대체로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저항막 멀티터치가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소형 정보기기에 적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터치전문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 한국터치, 에이터치 관계자들은 수십개의 셀로 구성된 저항막 멀티터치는 주변 회로공간을 많이 차지해 휴대폰과 같은 경박단소제품과 궁합이 안맞는다고 지적한다. 터치스크린 주변에 문어발처럼 튀어나온 수십개의 신호선을 좁은 휴대폰 내부에 수납하려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정전식 터치스크린과 저항막 멀티터치의 원가차이도 10% 내외에 불과하다. 저항막 멀티터치가 실제품에 적용해도 시장파급효과가 찻 잔속의 폭풍에 그칠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에이디반도체는 터치스크린 업계가 지적하는 각종 기술상 문제점은 LCD협력사와 제휴로 연말까지 극복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용현 에이디반도체 이사는 “저항막 멀티터치는 손가락은 물론 스타일러스펜으로 멀티 입력이 가능한 세계최초의 기술이다. 대만 터치스크린업체가 연말경 휴대폰에 상용화하면 국내 터치스크린업계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