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장이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받아줄 인수주체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14개 구조조정 기업의 경영권을 조속히 매각한다는 방침이어서 매물 기업은 쏟아지는 반면에 이를 소화할 여력이 있는 기업은 좀처럼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쌍용건설의 연내 매각을 밝혔다. 또 우리금융지주와 서울보증보험,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나머지 기업도 채권단 주관으로 조속한 매각을 추진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이닉스와 현대건설, 현대종합상사 등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는 9개 기업도 시차를 두고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경기 하강국면 지속되면서 저축은행과 제조업체 등 중소형 업체까지 매물로 나와 있다.
이처럼 매물들이 쏟아지는데도 M&A 시장의 인수주체들은 몸을 사리고 있다.
한 증권사 M&A팀 관계자는 “대어급 매물들이 쏟아지면서 활기를 띠어야 할 M&A 시장이 인수주체들이 몸을 사리며 발걸음이 뚝 끊겼다”고 전했다. “기밀을 특성으로 하는 M&A시장의 속성도 한몫하겠지만 정부의 풋백옵션(put back option) 규제와 금리인상이 한몫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풋백옵션’은 인수시점 당시 자산가치를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기업M&A방식으로 일정기간 동안 추가 손실에 대해 보장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금융당국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에 따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풋백옵션에 따른 유동성 위기와 같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규제방침을 밝힌 바 있다. 가장 큰 매물인 대우조선 인수전을 눈앞에 둔 포스코, 한화, 두산, GS 등 주요 대기업이 금융위의 풋백옵션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M&A업계 관계자는 “M&A 과정의 무리한 자금조달을 규제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M&A시장의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인수자금을 빌리는 과정에서 관행화된 풋백옵션을 제한하면 그 대가로 고금리를 제시해야 하는데 금리마저 인상돼서 기회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자금력을 앞세운 외국계 자본에 하이닉스, 대우조선 등 주요 국가 기반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넘어가면 국부 유출과 핵심기술 유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유보자금이 넘치는 상황이어서 좋은 물건에 대해선 인수자들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지난 연말 기준 300조원이 넘는 기업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어 실탄은 어느 때보다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상현 삼성증권 M&A팀장은 “풋백옵션 규제와 금리인상 등이 다소 걸림돌이 되겠지만 신성장사업을 발굴하려는 기업에 M&A만큼 좋은 방법은 드물다”며 “매물을 놓고 기업들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특히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실적 전망이 좋은 대우조선해양은 포스코, GS, 두산, 한화 등 4개 그룹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며 합종연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대형 매물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진다고 분석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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