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 )에 승부수를 던져 최빈국에서 건국 60년 만에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정답은 ‘IT’다.
한국 경제 성장에서 IT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정부가 최근 전 산업에 IT를 확산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한국 경제 발전사에서 IT는 분명 큰 역할을 했고 이를 한국 국가경제 재도약의 중요한 계기로 삼겠다는 취지다.
지난 60년 IT는 극적으로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
60년의 절반을 지난 1980년 전후 때다. 자극은 일본이 줬다.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목소리를 낼 정도로 일본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넘버원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대한민국 경제 60년의 대장정’ 보고서에서 그 변화의 시발을 국산 전전자교환기(TDX) 개발 그리고 반도체에서의 눈부신 성장으로 꼽았다. 8년간 민간 공동 연구를 거쳐 1984년 TDX-1을 세계 열 번째로 개발한 것은 한국 정보통신산업 발전에서 중요한 기반을 닦았다. 1987년 전화 적체가 완전히 해소되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당시 개발을 주도한 서정욱 전 과기부 장관(전자무역추진위원장)은 “정치경제 면으로는 1945년 독립을 했지만 전기통신에서는 TDX 개발을 통해 독립을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TDX 개발로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으며 기술 개발을 위한 인재 양성의 중요성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에서의 성공은 기업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이를 위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1980년대 초반까지 일본 제품 모방 수준에 그쳤던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 수준은 1983년 D램 반도체 분야에 진출 후 1998년 일본을 추월하며 세계 1위에 등극했다. 반도체 품목 중 기술 발전 경로가 예측 가능하고 범용제품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D램을 주력 품목으로 선택하고 집중 투자한 결과다.
1988년부터 1991년까지 삼성전자의 연평균 D램 투자액은 약 4억달러로 이는 일본 반도체 상위 4개사인 도시바·NEC·히타치·후지츠 평균의 2.8배에 달했다. 말 그대로 D램에 승부수를 던졌고 이는 그대로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를 통해 1983년부터 1986년까지 4년간 64K, 256K, 1M D램을 연달아 개발할 수 있었다.
TDX 그리고 반도체 성공은 우리 기업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강하게 심었다. 이를 통해 그동안 해외 선진 문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모방하는 수준에서 우리가 직접 개발하겠다는 변화의 흐름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것이다. TFT LCD, CDMA 방식 휴대폰, DMB, 와이브로 등의 세계 최초 상용화가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980년대 우리나라가 IT 분야에 승부수를 던진 것에 대해 “첨단 분야에 도전해 우리나라도 기술 자립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동시에 D램과 전전기가 기술적 파급효과가 크면서 경제 전반적으로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김준배기자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