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초 세계 처음 양산에 들어간 터치스크린 내장형 LCD 패널 생산을 최근 중단했다. 기술적인 안정성을 배제하더라도 고객사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한 때 시장 퇴출을 걱정했던 국내 터치스크린 전문업체들은 안도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대표 이윤우)는 MP3·PMP 등 중소형 제품에 한해 올초부터 터치스크린 내장형 LCD 패널을 양산했으나 지난달말부터 중단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시장 수요가 충분치 않아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향후 시장 추이를 봐가며 고객사 수요가 생겨나면 다시 양산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양산을 시작한 신제품을 이례적으로 접어들인데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고객사가 거의 없었던 까닭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터치스크린 내장형 패널을 양산 공급한 곳은 국내 MP3 전문업체인 레인콤(대표 이명우)가 유일했다. 레인콤이 일체형 패널을 채용한 제품을 시중에 출시했지만 터치 성능(민감도)이 떨어졌던 탓에 얼마가지 않아 철수했다. 이번 양산 중단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 셈이다.
고객사인 세트 제조사들의 재고 부담도 터치스크린 내장형 패널의 시장성을 어둡게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존 터치스크린 분리형 LCD 패널의 경우 시장 수요에 따라 패널과 터치스크린 재고 물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특정 세트 제품 용도로만 발주되는 내장형 패널은 수요가 줄어들면 더 큰 재고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때 위기감이 고조됐던 터치스크린 전문업체들은 삼성전자의 양산 중단으로 당분간 독자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한 터치스크린 전문업체 대표는 “삼성전자가 터치스크린 내장형 패널을 결국 접은데는 스스로 내린 ‘오판’을 시인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기술적인 안정성을 높인 내장형 패널이 다시 등장하더라도 터치스크린은 독립된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