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내가 이집트에 있는 이유

[글로벌리포트]내가 이집트에 있는 이유

 “앗살람 알라이쿰(안녕하세요)! 저는 2주 동안 이집트에 있습니다.”

 한국 자동응답기에서 나오는 나의 메시지다. 그렇다. 나는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가족들과 조금이라도 길게 있고 싶어 1주일은 휴가 내고 또 다른 1주일은 이집트 카이로 구글 사무실에서 일하기로 했다. 구글코리아에 소속한 사람이 구글 이집트 법인에서 일한다고하면 좀 의아하게 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글에선 어느 나라 사무실에서 일하든지 매니저가 허락하면 ‘오케이(OK)’다.

 어느 나라에서건 인터넷이 있기 때문에 e메일을 통한 업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구글은 전 세계 사무실에 영상통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국내 팀들과 회의를 할 수 있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전화통화만 할 때와 얼굴이라도 보면서 회의하는 것은 효율성 면에서 대단히 다르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느 나라의 구글 직원이든지 전 세계 구글 사무실에서 마음대로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2주 동안이나 자리를 비우다 보니 뜻하지 않았던 오해도 있었다. ‘이렇게 휴가를 길게 가도 되냐?’는 사람부터 ‘구글은 일하지 않고도 돌아가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누구는 ‘회사를 그만 두지 않았냐’며 괜히 나의 안부도 챙겼다.

 더 놀라운 것은 이집트에서 경험했다. 전혀 얼굴을 본 적도 없는 내가 이집트 현지에 그야말로 ‘불쑥’ 가서 일을 해도 현지 직원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서로 당연하게 인사를 나누고 한 회사 동료처럼 대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나도 자연스럽게 일했다. 21세기 글로벌 회사의 경쟁력은 공간을 초월하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환경, 가족처럼 일할 수 있는 문화에서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벌 기업의 모습도 이렇게 진화를 거듭하는구나 몸소 체험한 것이다.

 생각해 보니,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로 출장을 갈 때 열 한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간 적도 있다. 출장이나 콘퍼런스로 해외에 나갈 때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은 그간의 직장 경력상 한 번도 없었고 생각조차 못했다. 내가 일할 동안 아이를 돌봐줄 수도 없어 결국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글에선 이런 것은 기우가 됐다. 회사가 본사 주변에 있는 학교와 연계해놓아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장 일주일 내내 8시 반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근무가 끝나면 아이를 데려왔다. 아이도 수업료 내지 않으면서 일주일 동안 미국 교육을 접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 한 셈이 됐다. 일하는 엄마들에게 가정과 일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회사가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 준 것이다. 이제 아이는 엄마의 다음 출장을 기다린다.

 구글의 ‘글로벌 문화’를 누릴 수만은 없는 노릇. 나 역시 조그마한 기여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e메일을 보냈다. 아일랜드에서 한국으로 출장오는 회사 동료가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고 싶어 호텔보다는 홈스테이를 하고 싶다는 전체 메일을 보냈고 나는 ‘민박 아줌마’를 자청하며 답장을 보냈다. 아일랜드 직원은 우리 집에서 출퇴근하며 일하게 된다. 주중에는 바쁘지만, 주말에는 서로 다른 문화부터 회사일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꽃피우리라. 전 세계 어디에 있든지 한 가족처럼 일할 수 있는 문화, 또 하나가 돼 일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직원들의 사고방식, 더불어 이런 문화가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되는 회사는 자생적으로 직원들의 신바람 문화를 일으키고 결국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확신한다.

 카이로(이집트) = 구글코리아 정김경숙 상무 lois@goog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