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리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인한 무역 흑자에 유례없는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는 칠레가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칠레 전력난에는 아르헨티나가 한몫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1995년 칠레 전력생산에 필요한 천연가스 2350만큐빅미터를 매일 공급받기로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국내 에너지 수요가 계속 증가하자 국내 수요를 우선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칠레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2004년부터 수시로 중단했다. 당장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있는 칠레의 화력발전소들은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고 주요 산업체에 제한 송전하거나 아예 전력공급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칠레에서는 작년부터 가뭄이 계속돼 수력발전소의 전력생산에 문제가 생겼다. 칠레는 전력생산능력 9117㎿ 중 53.2%를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라니냐현상으로 2007년부터 강수량이 크게 줄어 수력발전량이 대폭 감소했다. 2005년 이후 계속되는 전력난으로 화력발전소의 정기 보수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370㎿급 네우엔코1 화력발전소가 가동 중단돼 일부 구리 광산 지역의 생산 활동에 차질을 빚자 칠레정부는 최악의 전력난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전력난에 대한 칠레정부의 단기 대응
국제구리 가격의 급등으로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8.7%의 재정흑자를 기록해 국고가 넘치는 칠레정부는 올해 가뭄이 심각하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노후화된 화력발전소도 정비를 다시 재개하면서 더 이상의 화력발전소 가동중단 사태가 오지 않기만을 빌고 있다. 남반구에 위치해 지리적 현재 겨울을 나고 있어 혹한 시 아르헨티나가 천연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것으로 예상돼 이의 대책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칠레정부는 에너지 비상 대책을 발표했다. 전압을 220V에서 198V로 낮추고 서머타임 해제를 3주 연기했다. 칠레인구의 93%가 사는 중부지역 발전을 위해 농업용수 저수지의 물을 대체 사용하도록 허가하고 저소득층에 무상으로 절전형 전구를 공급했다. 아울러 칠레 7대 발전회사에 올해 상반기까지 비상용 디젤발전기 총 585㎿ 설비를 설치하도록 요청했다.
인상된 전력가격과 전력부족 타개를 위한 정부의 캠페인으로 인해 각 가정에서 절전형 전구 구매가 붐을 이루고 있고 아파트, 쇼핑센터 등에서는 절전기, 비상용 소형 발전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가정·상업용 전력관련기기 수요가 여전히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적 대책 마련 움직임
칠레정부는 이와 같은 전력난 극복을 위한 단기대책 외에 전력생산능력의 지속적인 확충을 통한 장기적인 전력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르헨티나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에너지정책을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으로 전환하고 2015년까지 에너지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수도 산티아고 인근 킨테로 항구에 LNG 터미널이 건설하고 있으며 LNG 기화과정을 거쳐 내년 4월부터 하루에 350만큐빅미터의 천연가스를 칠레 중부에 공급 예정이며 향후 일일 1000만큐빅미터로 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수력, 풍력, 지열, 태양열 발전 및 바이오 에너지 등의 개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칠레정부는 정유시설도 확장할 예정이다. 칠레는 부득이 천연가스·디젤 복합 화력발전소에 디젤 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는 85억달러의 디젤을 수입했다. 디젤 연료 사용으로 발전단가 상승했다.
이와 같은 전력 및 에너지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으로 터빈 등 발전 관련 설비는 물론이고 송배전을 위한 송전탑, 송배전선, 변압기 등 각종 전력기자재와 에너지 프로젝트 관련 설비 등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의 전력산업은 현재 발전, 송전, 배전 3개 부문이 모두 완전히 민영화돼 있어 정부가 발전소 건설 및 송배전 시설 확충 등을 직접 추진할 수 없다. 칠레 정부는 전력 관련회사들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전력요금을 계속 인상하고 있으며 칠레에너지위원회에서는 발전회사들의 화력발전소 추가 건설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칠레에너지위원회는 발전회사들에 2015년까지 2000㎿ 석탄화력발전소, 1905㎿ 가스화력발전소, 아이센 수력발전소 외에 798㎿ 수력발전소, 300㎿ 지열발전소 건설을 강력히 권유하고 있다. 또 환경문제로 현재 진행이 답보 상태인 아이젠 지역 총 2500㎿급 수력발전소 5개에 대한 예비 환경평가결과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칠레정부는 환경평가를 조속한 시일 내 완결해 프로젝트 진행을 가속화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 전력, 가스, 정유 등 에너지 부문 대규모 프로젝트 진출 유망
한국기업 역시 이와 같은 수요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칠레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P건설이 3개 화력발전소 건설을 20억달러에 수주해 공사를 진행 중이며 H사 및 S사 역시 대규모 공장 및 공단을 대상으로 내연발전기 수출을 추진 중이다. 또 국제구리가격 상승으로 매년 적자규모가 확대되던 한·칠레 간의 교역도 대칠레 발전용 디젤유 수출 급증으로 무역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칠레 에너지 프로젝트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향후 우리나라의 대칠레 수출 전망을 밝게 해 주고 있다.
칠레정부는 그동안 환경문제로 추진을 보류하고 있던 수력발전소 건설을 가속화하고 칠레 주요 발전회사들의 화력발전소 건설이 대폭 확충되면 2010년 이후에는 최악의 전력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연간 8%로 증가하는 전력수요와 국제 구리가격 상승에 따른 활발한 광산부문 신규투자 등을 감안할 때 2015년까지는 전력 부족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칠레 전력 관련시장은 지속적으로 한국기업에 좋은 진출 확대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선희 KOTRA 산티아고무역관장 shan@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