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혈압 상승`

 지난 4일 전국 5만여곳의 병·의원을 대상으로 전면 도입한 의료폐기물 전자태그(RFID) 시스템 운영이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RFID 리더의 인식 오류가 잦아 일부 사용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정부는 사용법 미숙 등에 따른 문제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조·물류 등의 업종에는 거의 없는 오류가 의료 쪽에 자주 발생하는데다 태그 납기도 지연되는 등 단순한 사용법 미숙을 넘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12일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 두 의료단체는 환경부에 폐기물관리법 개정에 따른 의료 폐기물 RFID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나 잦은 오류, 태그 납기 지연, 배출자카드 인식 보급 저조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의료기관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환경부·환경자원공사·의료폐기물수거단체 등에 업무 협의를 통한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문을 환경부에 발송했다.

 공문에 따르면 의협은 환경자원공사가 공지한 5개 RFID 회사 외에는 RFID를 구입할 곳이 없으며, 주문하면 납기일이 길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RFID 인식기 에러 발생률이 0%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경남 등 지역 소재 의료기관에서 여전히 에러가 발생, 조속히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주장에 환경부는 지난 2월부터 RFID 사용 의무화에 대비, 사용자 교육을 시행했으며 현장 조건에 맞게 시스템을 개선한데다 의료기관이 RFID 시스템 사용법에 익숙해질 때까지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환경부는 납기 지연도 5개 RFID 회사 중 특정 회사가 저렴한 가격에 태그를 공급, 주문이 한 곳으로 몰리면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했다. 민중기 환경부 사무관은 “일부 중소병원이 의료폐기물을 전량 RFID 리더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용법 미숙으로 에러가 발생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예상될 뿐 의원이 태그 오류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의료 단체와 업무 회의할 일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홍채 아시아나IDT RFID/USN 연구소장은 “제조·물류 기업에 설치한 RFID 리더는 인식률이 100%에 달하는데 의료기관에서만 오작동이 발생하는 것은 정부가 RFID 리더를 성능이 아닌 저가 입찰로 구매한 결과”라며 사용법 미숙만이 오작동 원인이 아님을 시사했다.

  안수민기자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