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력요금 인하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지만 정작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규정할 기준이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와 한국전력공사 등이 데이터센터 전력요금 인하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공인된 데이터센터 정의 및 분류체계가 없는 데다 업계가 자체적으로 마련중인 기준안도 각 기관별로 상이해 교통정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갈래로 나뉜 업계=‘목 마른 자가 우물 판다’는 말처럼 통신사업자 계열 상용IDC 위주로 구성된 한국인터넷기반진흥협회 산하 IDC협의회와 IT서비스업체 중심으로 출범한 IT서비스산업협회 산하 데이터센터장협의회가 데이터센터 분류 기준 마련에 나섰지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IDC협의회는 시간상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보고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이 수행하는 ‘정보보호안전진단’ 대상에 포함된 ‘집적정보통신시설사업자’를 일부 수정하여 기준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IDC협의회는 이미 이를 한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데이터센터장협의회는 이를 활용할 경우 실제 IT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단순 시설도 포함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회원사와 함께 새로운 기준을 마련중이다. 데이터센터장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을 오는 9월께 기획재정부가 범 부처 차원에서 발표할 예정인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 참고자료로 제출한 상태다.
◇손 놓은 정부 부처=긴박한 업계와 달리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딱히 데이터센터 산업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가 없다 보니 빚어진 현상이다. 그간 데이터센터업계는 시설에 연결되는 통신회선은 방송통신위원회, 전력·IT서비스 등은 지식경제부 등에 문의해왔다. 최근 전력요금 이슈가 부상하면서 지경부가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 조사에 착수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현황을 파악하는 수준일 뿐 분류기준 마련 등은 먼 얘기다.
업계는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이 뚜렷한 분류기준 없이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하루빨리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력요금 인하가 시행될 경우 조금이라도 원가를 낮추려는 업계로서는 자사 시설의 데이터센터 포함 여부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정부 입장에서도 혜택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시설을 골라내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90년대 말 IDC 설립 초기에 부동산시설임대업 등으로 분류되면서 첫 단추를 잘못 낀 것이 화근이었다”며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센터를 체계적으로 관리·육성하기 위해서라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