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지만,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그리고 있다. 하반기 물가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7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12.5%나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IMF 외환위기 시절인 지난 199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생산자물가지수가 상승함에 따라 하반기 소비자물가 안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높은 수준인 생산자물가지수가 소비자물가지수에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가안정을 내세우는 기획재정부로서는 비상이 걸렸다.
◇생산자물가 상승, 소비자물가로 전이=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연관성이 높은 지표다.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가 과거 소비자·생산자 물가지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p 높아지면 소비자물가지수는 0.4%p 상승했다. 다른 나라들을 보면 중국은 0.5%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미국과 유럽은 각각 0.3%p, 0.2%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이 유럽과 미국에 비해 생산자물가지수에 소비자물가지수가 반응하는 폭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국과 중국 경제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고, 경제성장이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지 상승률은 5.9%다. 전문가들이 추정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8.3%다. 2.4%포인트 추가 상승요인이 남아 있다.
한국은행 이승용 물가분석팀 과장은 “생산자, 소비자물가지수의 구성 품목에 차이가 있어 똑같은 가중치로 물가 상승률이 전이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이 생산자물가지수를 높이고,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기업이익에는 부정적=전문가들은 하반기 중반까지 소비자 물가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소비자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하락이 생산자 물가하락으로 전이되기까지는 1분기(3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면서 “이번 달부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으므로 9∼10월쯤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은 기업 이익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격차가 커지면 기업의 이익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지수간 격차가 커진다는 것은 기업이 생산원가 상승 부담을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02년, 2004년에도 생산자·소비자물가 격차가 벌어졌을 때 기업의 영업이익(금융업종 제외)은 감소세를 보였다.<표2 참조> 현재 국내 생산자·소비자물가 상승률 갭은 6.6%p 로 198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