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애플` 선봉에 선 前 애플 임원

 2004년 11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개발팀을 이끌던 한 임원을 사무실로 불렀다. 이 임원은 능력을 인정 받아 불과 몇 개월 전 승진한 사람이었지만 잡스 CEO는 “사람들이 말하길 당신이 조울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내 생각엔 회사를 떠나 줘야 할 것 같습니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해당 임원은 “정신 장애를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법적 투쟁을 벌였다. 분쟁은 어떻게 결론이 났는 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2005년 소리소문 없이 마무리 됐다.

스티브 잡스에게 쫓겨난 전직 애플 개발자가 ‘타도 애플’의 주역으로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매킨토시 엔지니어팀을 이끌고 아이팟 핵심 기술 그룹도 관리했던 팀 부커<사진>. 비즈니스위크는 팀 부커가 최근 디지털 음악 시장 재도전을 선언한 델의 신규 사업을 총괄하며 애플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팀 부커는 그동안 애플에서 나온 뒤 ‘반 애플’ 진영 선봉에 서왔다. 지난 2007년 샌디스크와 야후는 무선랜(와이파이)이 연결된 곳이면 언제, 어디서든 무선으로 원하는 음악을 검색하고 다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는데, 이 때 기술적인 솔루션을 제공한 곳이 바로 팀 부커가 해고 뒤 설립한 징(Zing) 시스템즈다. 징 시스템즈는 지난 2007년 여름 델에 피인수돼 현재 팀 부커가 델의 신규 사업을 맡게 됐다.

델은 지난 2003년에도 MP3플레이어 시장에 진출했지만 판매 부진으로 인해 3년만에 사업을 접었다. 2006년 MP3P 사업 철수 당시 미국 내 시장점유율은 3%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팀 부커와 델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애플과 상반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서비스가 자사 기기만 호환되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델은 휴대폰 업체들이나 음반사들 모두에게 개방된 플랫폼을 선보여 ‘반 애플 진영’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영화, 팟캐스트 등 여러 콘텐츠들이 유통되도록 해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애플을 견제할 예정이다.

팀 부커는 “애플에 대한 도전은 순수한 비즈니스 차원의 경쟁이지 개인적인 복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해고를 당한 인물이 거대 PC 업체인 델의 힘을 빌려 설욕전을 펼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