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예산 통계 새틀 마련 시급

 해마다 발표되는 정부 정보화 예산 통계가 정보화와는 거리가 있는 항목이 포함돼 있거나 실제 정보화와 관련된 예산 일부는 누락되는 등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다음달로 예정된 정보화촉진기본법 전부 개정에서 이러한 점을 수용할 수 있도록 정부·업계·학계의 공감대를 마련, 이를 기반으로 새 틀을 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8일 관계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정부가 발표하는 정부 정보화 예산에는 옛 정통부의 인건비 및 기본사업비(1300억원 규모) 등이 포함돼 있으며, 연구개발(R&D) 예산의 상당부분에도 실제로 정보화와 관련 없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정부 정보화 예산에 포함된 R&D 예산 7727억원 가운데 정보화와 밀접한 SW 분야 R&D는 5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나머지 R&D 예산은 부품·반도체·로봇 등에 투입됐다. 실제로 이 부분을 정보화 예산에서 제외하면 지난해 3조4700억원 규모의 정보화 예산은 2조6000억원가량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 각 부처가 편성한 예산 개별 항목에서 정보화 비중이 50%가 안 되는 사업은 아예 정보화 예산에서 제외돼 누락된다. 실제로 지난해 기초노령연금예산 2000억원 가운데 70억원은 정보시스템 구축 예산이었으나 이 부문은 정보화 예산에서 빠져 있다. 국토해양부의 지능형교통시스템(ITS)도 전체 예산에서 시스템 구축 예산이 50% 미만이어서 정보화 예산에서 배제됐다.

 정부 정보화 예산은 국내 전체 정보화 예산의 15% 정도를 차지해왔지만 유일한 자율 경쟁시장이어서 상징성이 큰데다가 분리발주, 원격개발, 기능점수 등 선진 SW 기법이 선도적으로 적용돼 국내 SW 및 IT서비스 기업의 성장에 기여해왔다.

 SW 기업과 IT 서비스 기업들은 정부 정보화 예산책정 및 방향에 따라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도 수행해왔다.

 이에 대해 정보화 예산 통계를 발표해왔던 옛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정보화기본촉진법 개념에 따른 정보화 개념이 상당히 포괄적이기 때문에 정보통신부 직원 인건비와 R&D 예산이 포함된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정보화 예산을 발표하는 곳은 우리나라와 미국 두 나라인데 정보화 예산 방식이 서로 달라 국제적인 표준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보화 예산을 최종 심의 중인 기획재정부는 정보통신부 해체에 따라 이번 정보화 예산에는 정보통신부 인건비를 제외하는 한편 ITS 등 일부 누락된 정보화 예산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정보화촉진기본법에 포함된 정보화의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라고 보고 정보사회진흥원과 행정안전부에 정보화의 정의를 더욱 세분화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안문석 한국전자정부포럼 공동 수석대표(고려대 교수)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정보화에 하드웨어, 반도체, 로봇 등이 포함되면서 이러한 혼란이 야기됐다”며 “정보화촉진기본법 전부 개정을 앞두고 정부·학계·업계가 정보화의 개념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