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코,"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LG디스플레이가 2대 주주의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핵심 장비협력사로 육성키로 한 아바코가 최근 삼성이라는 벽을 뚫었다. 그러나 정작 LG디스플레이가 총 1조3000억원을 들여 추가 건설키로 한 6세대 LCD 라인에는 공급하지 못했다. 이미 7세대용 장비를 공급한 경험이 있지만 LG디스플레이가 내년 초 양산을 서두르다보니 납기를 맞출 수 있는 외산 장비를 선택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아바코(대표 성득기)는 최근 삼성SDI와 제일모직에 각각 역대 처음 자사 장비를 공급키로 계약했다. 삼성SDI에 터치스크린 패널(ITO/메탈) 양산을 위한 스퍼터(증착장비) 1대를 내년 초까지 납품키로 했다. 수주액은 75억원 규모다. 제일모직에도 광학필름 절삭장비를 공급키로 계약했다. 비록 LG디스플레이와 직접 경쟁관계인 삼성전자는 아니지만, 아바코가 최초로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에 장비를 수주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바코는 LG디스플레이가 장비 협력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분투자까지 단행하며 핵심 장비협력사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업체다. 아바코가 삼성SDI와 제일모직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한 데는 디스플레이 핵심 공정장비인 스퍼터 분야에서 독보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아바코가 정작 LG디스플레이의 6세대 LCD 라인 추가 투자에 들어갈 장비 공급엔 실패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6세대 박막트랜지스터(TFT) 스퍼터 제조 장비 6대 전량을 해외 업체인 알박에 발주했다. 아바코는 컬러필터(CF)용 장비 1대만을 공급키로 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양산성에서 보자면 아바코의 스퍼터 장비는 아직 알박보다 뒤지는 게 사실”이라며 “납기를 고려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바코는 LG디스플레이의 7세대 양산 라인에 스퍼터를 공급한 적이 있다. 6세대용으로 TFT용 장비를 단 한대도 수주하지 못한 것에 대해 업계는 어리둥절해 했다. 양산성이 떨어지더라도 전체 6대 발주물량 가운데 한대 정도라도 시일을 두고 기술을 안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바코 관계자는 “6세대 투자는 납기와 양산성을 동시에 감안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개발중인 8세대용 장비는 양산성을 충분히 검증한 다음 향후 추가 투자에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