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회사이자 반도체·LCD 장비전문업체인 세메스가 국내 장비 시장에서 아성을 굳혔다. 지난 상반기에만 매출액 2000억원을 넘어서며 지난해까지 선두였던 에스에프에이를 제치고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이 덕분에 지난 상반기 삼성그룹 경영평가에서 모회사인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이 ‘B’ 등급에 그쳤던 반면, 세메스는 ‘A’ 등급을 받기도 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세메스(대표 이승환 www.semes.co.kr)는 지난 상반기 총 2121억여원의 매출액과 191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000억여원과 300억원이었다는 점에서 이미 상반기에만 3분의 2 수준을 올린 셈이다. 영업이익율도 9%대로 장비 업계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올 들어 반도체 투자가 실종된 상황에서 여타 삼성전자 협력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과 달리 세메스는 호황을 구가했다. 지난 상반기 전체 매출액 가운데 47%에 달하는 1000억원을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로부터 벌어들였다. 나머지 53%를 LCD 투자에서 거둬들였다. 올해 반도체용 증착장비(CVD)까지 양산 공급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국내 사업장 보완투자와 미국 오스틴공장(SAS) 증설투자를 대부분 독식한 덕분이다. 또한 내년초까지 납품키로 한 수주 잔고도 반도체와 LCD 장비를 포함해 1792억여원에 달한다.
지난 상반기 화려한 실적 덕분에 세메스는 경영평가에서도 모회사인 삼성전자 반도체총괄보다 앞선 A 등급을 받아 그룹내 최고 수준의 생산성격려금(PI)을 얻었다. 세메스는 이 여세를 몰아 올해 연간 전체로 총 4100억원의 매출을 달성, 사상 처음 전세계 장비 업계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반면 지난해까지 국내 장비 시장 1위였던 에스에프에이(대표 신은선)는 지난 상반기 1600억여원의 매출액과 186억여원의 영업이익으로 2위에 그쳤다. 업계 한 전문가는 “에스에프에이의 경우 물류·공장자동화 설비 매출이 많다는 점에서 세메스가 올린 순수 장비매출 규모는 놀라운 규모”라며 “국내 장비업체 가운데 적어도 외형으론 세계 시장에 내놓을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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