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한가족`은 됐지만...

 지난 18일 IT-SoC협회가 서울 양재동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사옥으로 입주하면서 통합선언 2개월 만에 한지붕 가족이 됐다. ‘통합선언만 있고 실질적인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는 잦아들게 됐다. 그러나 8월이 되면 부임할 것이라던 상근 부회장 인선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두 단체를 물리적·화학적으로 결합시킬 사실상의 컨트롤 타워 부재로 반도체 산업의 옛 영광을 되살려보자는 분위기가 자칫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도체산업협회 측은 “후임 상근 부회장 인선과 관련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직간접적인 이유로 취임하지 못했고 이후 진행되는 사정을 전해듣지 못했다는 것.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상근 부회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인선작업에 들어갔으니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산업협회 내부도 (상근 부회장이) 빨리 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협회에서 황인록 상무가 상근 부회장 대리 업무를 맡아 차질없이 처리한다고 하지만 두 단체가 결합한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업무적인 한계가 없지않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6월 말 두 협회 통합선언과 함께 협회장으로 선임된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도 반도체 시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협회 업무에 신경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협회는 사실상의 부회장 인사권을 가진 정부의 결정만 기다리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벤처캐피털들도 반도체의 ‘반’자만 있으면 서로 투자하려고 덤볐지만 요즘엔 아무도 거들떠 보지않는 게 현실”이라며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관료들도 협회에 안 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관례처럼 행해지는 ‘민간단체 상근 부회장 자리=고위직 관료 몫’이 계속돼야 하는 지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회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내켜 하지 않는 고위직 관료보다는 능력있는 민간전문가를 영입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문정기자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