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또 치솟아‥ `경제 주름살` 걱정

환율 또 치솟아‥ `경제 주름살` 걱정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돌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힘든 우리나라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으며 외환당국이 또다시 시장 개입을 시도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9일 전날보다 2.5원 오른 1049.4원으로 장을 마친데 이어 20일에는 장중 한때 1053.3원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일 1057원을 기록한 이후 50일만에 장중 최고치다. 하지만 당국의 시장개입에 대한 경계심으로 1050원대를 돌파하지 못하고 1049.0원으로 마감했다.

최근 환율 상승세는 일시적인 현상이기 보다는 달러화 강세라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에 비해 유럽과 일본 등의 경기가 더 좋지 않다는 판단이 우세해지면서 미 달러화가 모처럼만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 국내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달러화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정유사의 달러 결제 수요가 여전하고 외국인의 주식매도 지속으로 인해 달러화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당국은 최근 다시 환율이 오르고 있는 것은 최근 국제 유가의 하락 안정세와 맞물려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됐던 물가 상승세에 다시 기름을 붓는 격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더욱 끌어올려 물가 상승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환율 상승은 수출에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상반기와는 달리 최근에는 경쟁국인 유럽, 일본 등의 통화도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로 경쟁국가들 역시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도 타격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환율 조건은 통상적으로 수입 쪽에는 영향을 빨리 미치고 수출 쪽에는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쏟아부으며 1002원선까지 끌어내렸던 지난달 시장 개입 상황이 재현될지 관심을 끈다.

일단 외환시장은 지난달과 같은 융단폭격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급등의 주범이었던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최근 물가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도 단행된 터여서 환율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부담이 크게 줄었다. 또 지난달 100억달러가 넘는 달러화를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환율이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점도 정부가 적극 개입에 나서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물가 불안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일정수준에서는 정부가 다시 환율급등을 막기 위한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유로화, 엔화 등 다른 통화에 비해 원화의 약세가 과도하게 나타날 경우에는 개입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의 지금 외화를 공급받을 수 있는 루트를 따져보면 경상수지, 직접투자 유치, 주식 채권 외국인 자금 유입 등이 있는데 세 가지 부분 모두에서 달러가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추이를 지켜보면서 정부가 1100원대에서 개입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외환보유고 처방도 먹히지 않을 경우 1200∼1300원선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