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 Biz](31) 이순형 소프트포럼 부사장

[Wine & Biz](31) 이순형 소프트포럼 부사장

 “비즈니스는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는 것보다도 상대의 요구와 내 생각을 조율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와인은 그 조율을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며 대화를 나누게 하는 힘을 주죠.”

 이순형 소프트포럼 부사장은 배려는 진정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배려와 와인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묻자 그의 답은 명쾌하다.

 그는 프랑스 론 지역의 ‘M 샤프티에 샤토뇌프 뒤 파프’의 병을 바라보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 와인은 특이하게도 라벨에 점자가 새겨져 있었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을 위해 점자 라벨을 선보인 것. 이 부사장은 이 와이너리의 배려를 높이 샀다. 이런 이유로 M 샤프티에를 향한 애정이 깊다.

 샤프티에는 세계 최초로 점자 라벨을 표시했다. 앞을 못 보는 이들도 와인을 구입할 때 원산지, 이름, 색깔, 생산자, 빈티지 등을 알 수 있게 돼 있다. 이 와인은 짙은 붉은빛을 띠며 구운 커피와 체리향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향기에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뒷맛이 매력적이다.

 그가 이 와인을 처음 접한 건 지난해 미국법인을 설립했을 때다. 현지직원과 파트너가 모두 모여 미국땅에 한국 보안 소프트웨어를 팔아보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이날을 기념한 와인이 바로 M 샤프티에였는데 그 당시 레스토랑에 보관됐던 7병의 와인을 모두 마셨다.

 “보안솔루션은 고객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입니다. 고객이 전자거래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서비스 기업들은 마땅히 보안을 해야 하죠.”

 점자가 새겨진 와인처럼 고객을 위한 배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여직원의 권유로 처음 와인바에 가 와인회식을 했는데 소주를 마실 때와 다르게 소외되는 사람 없이 많은 대화를 나눴죠. 그 뒤로 사내에 와인동호회도 생겼어요.”

 그는 이런 여세를 몰아 제품 발표회 때 와인클라스를 열었다. 딱딱한 소프트웨어 설명을 마친 후 와인 에티켓 설명회를 했는데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큰일에 감동하기보다 놀라죠. 사람들은 의외로 작은 것에서 감동을 받죠. 작은 것이지만 그 안에 커다란 마음이 들어 있으면 감동은 더 커지죠.”

 이 부사장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만 떠들기보다 상대를 배려할 수 있는 기회가 와인을 통해 많이 생긴다”며 “풍부한 맛을 즐기며 상대를 이해해갈 수 있다는 것이 와인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김인순기자 insoon@